사회의식이 건강해야 건강한 나라라 할 수 있다. 또 사회의식의 건강은 지배계층이 먼저 건강해 보여야 한다. 지금 우리의 사회의식이 건강하다고 보기엔 심히 어렵다. 이를 뒤집어 말하면 지배계층이 건강하지 못하다는 역설이 성립된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가진 ‘준법의식의 현주소와 시민의식 제고방안’이라는 주제의 세미나에서 이같은 사회의식 실태의 연구결과가 발표된 것은 시사하는 의미가 크다. 설문조사에서 “돈이 있거나 권력이 있는 사람들은 법을 위반해도 처벌받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항목에 응답자의 47.0%가 ‘확실히 그렇다’, 또 48.7%는 ‘그런편’이라고 응답해 무려 95.7%가 법집행의 형평성을 불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똑같이 나쁜 일을 해도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이 더 심한 처벌을 받는다”는 항목에서도 91.1%가 ‘확실히 그렇다’, ‘그런편’이라고 응답하고 “법보다 권력이나 돈의 위력이 더 큰것 같다’는 설문역시 92.5%가 시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량한 사람이 바보취급되고 윈칙보다는 변칙이 우선하고 상식보다는 술수가 통하는 사회다. 그저 열심히 사는 소시민 보다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치부를 했거나 물불을 가리지 않고 권좌에 앉지 못하면 하다못해 권력의 주변이라도 얼쩡대는 사람이 돼야 대접받는 사회가 됐다. 이런 목표지상, 출세지상주의의 팽배는 법질서를 무너뜨리고 도덕은 한낱 공허한 소리가 돼 사회를 더욱 삭막하게 만들고 있다. 심지어 이런 현상은 일반사회뿐만 아니라 대체적으로 직장사회까지 파급됐다. 공중도덕은 더 말할것 없고 교통질서 같은 기초질서 하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사회가 된 것은 물론 시민의식의 빈곤에 기인한다. 그러나 이는 사회만 탓할 수 없는 것으로 지배계층이 보여온 권력과 돈의 횡포, 즉 상층구조의 무질서에 더이상 기대할 수 없다고 보는 하층구조의 자포자기 현상인 것이다. 예컨대 차량 홀짝운행을 위반하고도 “총리차도 안지키는데 나만 왜 지켜야 하느냐”며 되레 큰 소리치는 시중의 목소리가 이러한 것이다.
권력과 돈이 존경받지 못하는 것은 심각한 사회병리며 그 책임은 결국 권력과 돈있는 이들에게 돌아간다. 그러나 권력과 돈이 아무리 부패 했다해도 준법정신의 시민의식을 가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들의 부패를 종국에는 응징할 수 있는 시민정신의 발현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아울러 권력과 돈을 지닌 이들이 일말의 양심이 있으면 이제라도 도덕성을 보여주는 어떤 연대의식의 반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