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 純一郞) 일본 총리의 인기가 취임후 날로 치솟고 있다. 일본 국민의 지지율이 90%를 육박하는 것은 전후 총리로서는 전례가 없는 파격적 현상이다.
지난 14일 창간호가 나간 ‘고이즈미 메일 매거진’은 구독신청이 이미 70만명을 넘어 조만간에 100만명을 돌파할 것이라고 한다. 총리 관저 홈페이지를 통해 구독을 접수한 이 전자잡지는 그의 정책과 생활모습 등을 담아 관방장관실에서 희망한 구독자들에게 전송한다. 자민당은 이같은 총재(총리)의 인기에 힘입어 내달 29일 실시되는 참의원(상원)선거에서 의석수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구닥다리 정치의 본산으로 여겨지던 집권 자민당의 이미지가 고이즈미 돌풍으로 새롭게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괴짜’별명을 듣고 있는 고이즈미의 무엇이 일본 국민들을 이처럼 사로잡는 것일까. 무엇보다 우경화를 들 수 있다. 오는 8월15일의 야스쿠니 신사 공식참배 선언은 전후 총리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자위대의 집단자위권행사 발표도 획기적이어서 절대 다수 국민의 지지를 받고있다. 그는 일본 국민에게 잠재된 본성을 일깨워 ‘야마토 타마시 정신’으로 회귀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인간적 매력을 겸비하고 있다.
우선 홀아비 독신이다. 총리공관에 퍼스트레이디가 없어 파출부가 돌보지만 파출부가 없을땐 라면같은 것을 직접 끓여 먹는다. 잘 생기지 않은 외모에 언제나 더부룩한 머리카락처럼 꾸밈없는 몸차림, 소박한 면모가 대중의 친근감을 더해주고 있다. 무릎을 다친 오기 국토교통상의 휠체어를 총리가 밀고 함께 각의에 참석하는가 하면 전철의 승객 가운데서 곧잘 총리가 발견되기도 한다. 일본 국민의 서민층은 고이즈미의 ‘서민총리’풍모에서 바로 보상심리를 찾고 있는 것이다. 그는 화려한 언변이나 단아한 외모나 거창한 공약으로 일본 국민을 사로잡은 것이 아니다. 가장 일본인다운 민중의 친구로 접근해 열광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이다. 고이즈미 총리가 일본인들에게는 좋아도 우리에게는 무서운 부담이 된다. 걸핏하면 거짓말 하기 일쑤이고 목에 힘을 주어야 위엄을 지니는 것으로 아는 우리네 정치인들에게 시사하는 의미가 크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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