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탑(斜塔)으로 유명한 피사(pisa)는 이탈리아 서북부 리그리아해에 연한 소도시다. 사탑과 함께 대성당, 대학도 유명하다. 12세기경 번영이 절정에 달했고 지금도 그 후광을 업고있다. 사탑 또한 이때 건립됐다. 높이 55m, 지름 17m의 사탑공사가 시작된 것은 1174년이다. 기초공사 과정에서부터 지반이 약해 대리석 건축물을 지탱하기 어려운 사실이 알려졌다. 그러나 공사는 중단되지 않고 간헐적으로 계속돼 276년만인 1350년 완공됐다. 완공되고도 탑은 계속 기울어 정상의 경사도가 수직면과 4.5m 간격이 날만큼 기울었다. 마침내 관광객 출입이 중단된 것은 1990년, 붕괴의 위험이 짙었기 때문이다.
최근 외신보도에 의하면 보수공사가 끝나 오는 11월부터는 관광객 출입이 허용될 것이라고 한다. 사탑 북쪽 하단의 흙을 조금씩 빼내어 중심이 기우는 것을 바로잡고 밑바닥을 공고히 다져 더이상 기울지 않도록 했다는 것이다. 보수공사에 무려 11년이 걸렸지만 300년 가까운 건축기간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사탑은 이탈리아의 물리학자며 천문학자인 갈릴레오(1564∼1642)가 낙하물체의 가속법칙 등 인력을 실험했던 곳이기도 하다. 인력의 가속도, 즉 ‘S=2분의1 g(물체무게) t(낙하시간) 제곱’의 낙하법칙 공식이 산출된 곳이 바로 여기다.
기원전 2세기 로마시대에 도시로 형성된 피사가 아직껏 인구가 고작 20만명도 안되는 전원형 유지의 도시정책도 놀랍고 문화재를 끔찍이 아끼는 이탈리아인들의 참을성 역시 놀랍다. 이번의 보수공사로 적어도 300년은 안전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탑에 오를수 있는 일시 인원은 30명, 관광 시간은 45분으로 제한하는 것 같다. 이역시 문화재 보호를 위한 이탈리아인들의 배려인 것이다. 문화재에 대한 인식이 희박하여 불도저로 밀어부치기가 일쑤이고, 설사 보존공사를 해도 얼렁뚱땅 눈가림식이 예사인 우리네들은 깊이 생각할 점이 많다. 문화재를 아낄줄 아는 민족이어야 미래가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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