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밭이 타들어가던 최악의 가뭄이 이틀간 내린 비로 완전 해갈됐다. 하지만 이틀간의 강수량이 석달치 강수량을 웃도는 곳이 전국 74개 관측지점중 36개에 달할 만큼 한번에 몰아내린 폭우로 인한 피해도 잇따랐다. 집중호우가 쏟아진 경남지역을 중심으로 농경지가 침수되고 지방도로의 붕괴로 통행이 제한되는 등 산사태와 붕괴사고도 이어졌다.
다행히 중부지방에선 이번 비가 아무런 피해없이 가뭄을 풀어준 단비였으나 곧 장마가 닥칠 것으로 예고되면서 또 다른 고민거리가 대두되고 있다. 장마는 더위와 가뭄을 몰아가지만 거의 예외없이 큰 상처도 안겨주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몇년째 혹독한 물난리를 겪어야 했던 경기지역은 장마철만 되면 떠오르는 악몽을 지울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날이 가물면 가물어서 울고 비가 와도 마음놓고 웃을 수 없는 ‘딜레마’를 해마다 경험하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이 우리는 가물때 가뭄대책을 요란스럽게 떠들다가도 가뭄이 끝나면 그것으로 그만이다. 수방대책도 매한가지다. 이 냄비기질과 건망증 때문에 해마다 연례행사처럼 재난이 되풀이되고 있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23일부터 시작될 올 장마가 7월상순까지 제법 많은 비를 뿌리고 집중호우도 잦을 것이라는 예보에도 불구하고 수해복구비 늑장 지원으로 상당량의 수방사업이 아직 끝나지 않아 또 물난리가 우려되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868곳의 배수펌프장 등 방재시설물과 대형 공사장중 36곳이 수해취약지로 나타났고 17개 수해복구 공사의 공정률이 59%에 그치고 있다. 인천시도 마찬가지여서 용현갯골 수로공사는 아예 착수조차 못해 인근 지역의 역류침수 피해는 올해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무엇때문에 존재하며, 그동안 뭘했는지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 당국은 장마가 오기전 며칠간이라도 철저한 대비책을 서둘러야 한다. 각종 공사장은 장마철이 아닌 때에도 붕괴 등 안전사고 위험이 큰 만큼 철저한 대책이 필요하다. 상습 침수지역이나 유실 우려가 큰 교량·도로·제방 등에 대한 점검도 두말할 필요가 없다. 산사태 가능성이 높은 골프장에 대한 점검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특히 이번 가뭄때 개발한 관정과 폐공, 그리고 하상 굴착후 방치한 퇴적물 처리도 서둘러야 한다. 시간이 촉박하므로 긴급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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