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燒酒)의 ‘燒’는 불살을 소자다. 아라비아가 발상지란 설이 있다. 소주를 내릴 때 나는 냄새를 ‘아라기’냄새라고 하는 것이 소주를 가르키는 아라비아 말의 아락(arag)에서 연유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전래된 것은 원나라를 통해 고려 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주는 쌀등 곡식을 쪄 누룩으로 발효시킨 증류수를 받아내린 술이다. 가마밑에서 몇날 며치를 두고 장작불을 때댄다. 대나무통 끝으로 흘러내리는 소주는 마치 이슬방울처럼 뚝뚝 떨어져 노주(露酒)라고도 했다. 지금의 소주는 원액에 물을타 첨가제를 섞은 희석식인데 비해 예전의 소주는 천연 그대로의 오리지널이어서 불을 댕기면 활활 탔다. 냄새 역시 진동하여 ‘오리밖까지 아라기 냄새가 진동한다’고 했을만큼 독했다. 이때문에 약으로도 쓰여 더위를 먹어 배탈이 나거나, 곽란이 일어나면 소주로 다스린 적이 있다.
예전에는 명문 대가에서나 소주를 볼 수 있었다. 우선 곡식이 많이 드는데다가 소주내리는 공정이 복잡하고 더뎠기 때문이다. 값 또한 비쌀 수 밖에 없었다. 상민들은 막걸리, 양반들은 청주를 마시던 시절에도 소주는 양반가에서조차 특별한 때가 아니면 좀처럼 마시기가 어려웠다. 그래도 흉년이 나 금주령을 내릴땐 소주는 곡식이 많이 든다하여 양반가에서 그처럼 귀히 여기는 소주를 앞장서 제일 먼저 금하곤 하였다.
이를테면 소주는 값비싼 양주택이었다. 하긴, 브랜디(brandy)도 소주처럼 불태운 포도주라는 뜻을 지닌 네덜란드의 ‘브란데베인’(brandewijn)에서 유래한 것이라는 설이 있다.
시류가 달라져 지금은 흔해 빠진게 소주다. 막걸리보다 더 흔하다. 한동안 막걸리가 국민주였던 게 소주로 바뀌어 소비가 크게 늘었다. ‘진로’아성에 도전한 ‘경월’이 승승장구 하더니, ‘참진 이슬로’가 나와 역전하는가 싶더니만 ‘산’이 또 나왔다. 이들은 하나같이 “부드러운 술”을 강조하고 있다. 덜 독하다는 것은 주정 함유량이 그만큼 덜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취하는 맛으로 술을 마시면서 덜 독한 술을 찾는 술꾼들의 취향또한 아이러니컬하다. 이틈을 타고 벌이는 주조업계의 소주전쟁이 갈수록 치열 한 것은 흥미롭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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