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言유착?

미국의 토머스 제퍼슨은 “신문없는 정부와 정부없는 신문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주저없이 정부없는 신문을 택하겠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그는 대통령에 당선된 다음에는 “신문을 절대 보지 않는 사람이 보는 사람보다 진실에 가깝다”며 신문불신론을 폈다. 정권과 언론과의 관계를 보여주는 단적인 일화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중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정권은 권위주의적 언론관을 가진데 비해 김영삼, 김대중정권은 언론의 생리를 파악해 적절하게 대응하는 방식을 쓴 것으로 평가된다.

이승만 전대통령은 국내 신문의 비판때문에 골치를 썩이다가 건강을 우려한 측근들의 권유로 아예 국내신문은 멀리하고 영자신문만을 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후 역대 대통령들은 지나칠 정도로 신문을 꼼꼼히 읽는 편이었다.

박정희 전대통령은 5·16 일주일 후 국가재건최고회의 포고령을 통해 언론기관 일제정비를 단행, 일간신문 76개를 등록취소하고 ‘사이비’이름을 붙여 기자 960명을 구속했다.

전두환정권은 중앙일간지 6개와 지방지 1도(道) 1사(社)등 언론통폐합조치와 함께 한국방송광고공사가 조성한 공익자금으로 언론계에 특혜를 제공하는 등 ‘채찍과 당근’을 동시에 사용했다. 이로 인해 특정 언론과 집중적인 유착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노태우 전대통령 정권에서는 신문설립 자유화 등의 조치가 취해져 새로운 언론들이 등장했으나 1991년 수서사건을 계기로 언론을 직접 비판하기 시작했다. 야당 시절부터 언론과의 관계가 특히 좋았던 김영삼 전대통령의 경우는 임기말 차남 현철씨 구속 등을 거치며 언론과의 관계가 악화됐다.

작금 국민의 정부에서 이뤄지고 있는 언론사 세무조사 결과를 놓고 야당은 “언론을 견제, 탄압하려는 의도 ”라고 주장하는 반면 여당에서는 “유독 언론만 최후의 치외법권지대로 남았다. 세무조사가 부정한 과거의 ‘정언유착 ’을 청산하는 계기가 될 것 ”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언론이 통치권자나 정당의 권력유지를 위한 기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아무래도 여야가 모두 잘 모르는 모양이다. 매우 딱한 노릇이다.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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