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지도층

대통령이 555만원의 월급으로 생활하기가 벅차 취임 당시 공개한 약18억원 상당의 사재 일부를 팔기로 했다. 예를들면 월급으로는 별장 관리인들의 인건비를 감당키 어려워 이번에 사재를 처분키로 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초긴축재정을 위해 자신을 비롯한 고위직 공직자들의 월급을 12%씩 자진 삭감했다. 연간 두차례 지급되는 상여금과 기밀비마저 스스로 국가에 이미 반납했다. 순전히 월급만 가지고 생활하는 대통령인 아르헨티나 델라루아의 얘기다.

최근 전해진 외신은 델라루아 아르헨티나 대통령의 이같은 수범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서라고 한다. 이와 비슷한 얘기는 또 있다.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은 얼마전 가난한 국민을 위해 자신의 땅을 사회에 내놨다. 김수환 추기경, 강영훈 세종연구소이사장, 고건 서울시장, 김상하 삼양사 회장, 손승길 SK그룹 회장, 강지원 검사, 김태길 서울대교수, 한승헌 전 감사원장, 이세중 변호사, 이남주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 등, 비교적 청렴한 분들로 사회에 인식된 면면이다. 이들이 생활개혁실천범국민협의회(의장 손봉호)가 지난 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아름다운 혼·상례를 위한 사회지도층 선언에 참여, 앞장서기로 했다. ‘아름다운 혼례 및 상례문화’는 청첩장 남발 않기, 호화 혼례주례 안맡기, 화환 및 축의금 사절, 인쇄물 부고하지 않기, 조화 및 조의금 사절, 화장 및 납골당 이용하기 등을 행동요강으로 삼아 스스로 실천함으로써 범국민운동으로 이끈다는 것이다. 명당발복을 바라는 정치지도층의 이장 소식에 비하면 자신들부터 화장을 다짐하는 것이 무척 신선하게 들린다.

정치나 사회지도층은 국민의 정신적 구심점이다. 국민에게 희망을 주어 국민역량을 결집하려면 지도층부터 먼저 뭔가를 보여주는 신선한 솔선수범의 실천이 있어야 한다. 사회지도층의 이런 수범이 더욱 돋보이는 것은 아직 정치 지도층에서는 이같은 모습을 볼 수 없는 안타까움 때문이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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