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경

지난 7월1일 창설 55주년을 맞은 여경은 여성·청소년범죄 뿐만 아니라 특공대·기동대 등 남성 고유의 영역에서도 활약상이 뛰어나다. 1946년 당시 경무부장(경찰청장)인 조병옥 박사가 여성의 인권보호 등의 업무에 필요하다가 판단, 경무부 공안국에 여자경찰관을 둔게 그 효시이다. 6월말 현재 여경은 총 2천385명으로 전체 경찰인력의 2.6%를 차지하고 있다. 1996년 1천324명보다 80.1%가 늘어난 수치이지만 국(10.3%), 중국(11.5%), 일본(3.6%)등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다. 그래서 경찰청은 2002년까지 여경 비율을 4%수준까지 끌어 올릴 계획이다.

1991년 9월 서울경찰청에 여자형사기동대가, 1999년 3월에는 여경기동대가 창설돼 세칭 ‘립스틱라인’으로 활약중이다. 이무영 경찰청장이 서울경찰청으로 재직할 당시 평화시위를 위해 ‘무최루탄’방침을 선포함과 동시에 여경기동대가 탄생한 것이다. 그해 3월 14일 서울역 광장에서 노동자 1만4천여명이 참가한 ‘전국 공공연맹 출범식 및 노동자 결의대회’에 첫선을 보인 후 현재까지 280여회에 걸쳐 크고 작은 주요 회 및 시위현장에 투입됐다. 사흘에 한번 꼴이다. 이제 흰색모자와 푸른색 교통정복을 입은 여경들은 시위현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물’이 되었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지가 “한국 시위는 최루탄·곤봉이 아닌 립스틱으로 막고 있다”고 묘사할 정도로 한국 여경기동대의 활약상은 해외언론에서도 각광받았다. 여성특유의 드러움으로 과격하고 폭력적인 시위문화를 평화적으로 바꾸는데 기여했다.

<“아가씨들, 여기서 빨랫줄 잡고 있다가 다치는 수가 있어! 얼른 가라고!”“이 아가씨는 손이 너무 야들야들 한데?”“오매 나 죽겠다. 저 아가씨 가슴이 내 손에 닿아 버렸네. 오매 나죽는 거…”여경기동대가 노란색의 폴리스라인을 들고 시위대와 대치중일 때 시위자들이 한 마디씩 하자, 한 여경이 “야 임마! 너희들 시위하러 왔어? 성추행하러 왔어? 우리가 술집 접대부처럼 보이냐? 아무 장비도 없는 우리가 쌍하지도 않냐? 하여간 너희들 넘으면 죽을 줄 알아!”하고 소리친다.>

경찰 ‘호루라기 연극홍보단’이 시위현장에서 ‘립스틱 부대’의 애환을 그려낸 연극의 한 장면이다. 애환과 고충이 많지만, 그러나 여경들의 보무는 오늘도 당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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