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피셔 와 기든스 경제개혁 토론

김대중 대통령이 9일 청와대에서 방한중인 스탠리 피셔 국제통화기금(IMF) 부총재, 앤터니 기든스 영국 런던정경대(LSE) 총장을 잇따라 만나 개혁 등에 대해 심도있는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세계금융계의 거물이자 우리나라의 외환위기 극복 노력을 적극 지원해온 피셔 IMF 부총재는 이날 면담에서 김 대통령의 집권 3년의 성과를 평가하고 재벌개혁 가속화 및 관료들의 개혁의지 제고 등을 조언해 관심을 모았다.

먼저 김 대통령은 피셔 부총재에게 “외환위기를 맞아 파산 직전의 상황에서 IMF가 한국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지원해 준데 대해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면서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피셔 부총재는 “한국경제의 방향과 관련해 거시정책은 전반적으로 양호하다”고 평가한 뒤 재벌개혁 가속화, 금융기관의 민영화 등에 대한 제언을 했다.

그는 “기업의 구조조정과 관련해 재벌들이 개혁에 저항하고 있는 것같다”면서 “재벌들이 정부정책에 따라가는 시늉만 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는데 그래서는안된다”고 지적하고 “은행부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금융기관들이 정부 소유가 됐는데 이를 가능한한 빨리 민영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그는 내년 지방선거 및 대선을 의식한 듯 “한국은 선거기간이 매우 길어 선거 마인드로 인해 정부가 일을 하기가 어려워진다”면서 “정부로서는 구조조정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피셔 부총재는 “김 대통령은 많은 일을 했고 개혁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지만 대통령만큼 관료들의 개혁의지는 강하지 않은 것같다”고 관료들의 개혁의지제고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대통령은 “구조조정과 개혁은 큰 틀에서 볼 때 쉬지않고 해왔다”면서 “앞으로도 내가 대통령으로 있을 때까지 꾸준히 추진할 것이고 후임자가 또 그런 일을 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닦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또 은행민영화 주문에 동의를 표시한뒤 “그러나 한꺼번에 민영화할 경우 시장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그 시기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김 대통령과 피셔 부총재는 IMF를 비롯한 국제기구의 대북 경제지원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이에 앞서 김 대통령은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가 내건 ‘제3의 길’의 이론적 기반을 제시한 사회사상가인 기든스 총장과도 한국경제의 구조조정 및 개혁, 한반도 정세 등에 대해 폭넓은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특히 김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기든스 총장이 개혁의 불가피성을 지적하면서도“개혁을 하면 할수록 인기가 줄어든다”고 말하자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는 것을 여러번 느꼈다”면서 개혁과정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기든스 총장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대외정책에 대해 “미국 국민이 원하지 않는 노선을 가고 있는 것같다. 국제정치와 국제경제의 틀이 바뀌고 있는데 부시 대통령은 한쪽으로 가고 있다”고 비판적인 시각을 표출했다.

/유제원기자 jwyoo@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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