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방유예

얼마 전 조선족 등 108명이 서해안을 통해 밀입국한 뒤 충남 당진지역에서 잠적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었다. 그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중국을 떠나 한국에 들어오는 이유는 간단하다. 잘 살아보기 위해서다. 이른바 코리안 드림이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불법 체류 조선족은 5월말 현재 6만700여명이지만 밀입국자를 감안하면 실제로는 15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산업연수생이나 친척 방문 목적을 제외하고는 체류 90일이 지나면 불법체류자가 된다. 정부의 강경 대처 방침으로 한달 전 국내 불법체류 외국인 1천700여명이 강제 추방됐는데 이중 조선족이 300여명이었다. 조선족들은 한국에 오기 위해 1인당 평균 7만위안, 한국 돈으로 약 1천만원을 커미션으로 쓴다. 대부분이 빚이다. 이 돈은 중국에서는 적어도 10년 이상을 쓰지 않고 모아야 만질 수 있는 엄청난 액수이다.

그들이 빌린 원금에는 매달 2부, 많게는 3부의 이자가 붙는다. 그러나 곧 불법 체류자 처지가 되기 때문에 돈을 벌기는커녕 빚을 갚기도 전에 추방당하기가 십상이다. 단속이 심해 전철을 타기도 무섭고 길거리를 다니기도 겁난다. 더욱 두렵고 통탄스러운 것은 불법 체류자들을 고용한 한국인 업주들의 횡포와 부당노동행위다. 각종 비인간적인 대우에도 아무 말 못하고 참아내야 한다. 더구나 여성 조선족들은 성희롱과 성폭력의 위험에 늘 직면해 있다.

불법체류 조선족이 중국으로 돌아가면 거의가 빚에 몰려 파산, 이혼, 도피 등 각종 인격해체의 과정을 밟는 것은 물론 심지어는 정신병과 자살에 이른다.

조선족들은 추방을 하더라도 체류 4년 이상된 사람을 대상으로 해달라고 애원, 애원한다. 그 정도면 빚도 갚고 돈도 어느 정도 모을 수 있어 중국에 돌아가서도 떳떳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태도는 단호하다. 법적으로 외국인인 조선족에게만 특혜를 준다면 다른 외국인 체류자와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게 그 이유다.

코리안 드림은 아메리칸 드림과는 다르다. 할아버지의 땅, 아버지의 나라인 한국이 조선족들에게는 ‘야속한 땅 ’으로 변해 간다. 체류할 수도, 돌아갈 수도 없는 한국 땅에서 조선족들의 가슴은 오늘도 눈물에, 한(恨)에 젖고 있다.

/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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