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가망신 주부도박

주부 26명이 낀 억대 도박꾼 40명이 또 경찰에 붙잡혔다. 검·경의 지속적인 단속에도 불구하고 도박병이 여전히 만연하고 있으니 큰 걱정이다. 도박은 사회가 불안하고 가치관이 혼미해질수록 성행한다는게 학자들의 분석이다. 불행하게도 요즘의 우리사회가 바로 그런 경우가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주부들 사이에서까지 상습도박이 판을 치는 현상은 실로 개탄스러운 망국풍조가 아닐 수 없다.

이번에 경기경찰청에 검거된 도박꾼들도 이들이 어떻게 패가망신의 길을 걷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중의 하나라고 하겠다. 계모임 등을 통해 알게된 주부들이 중심이 된 이들 일당은 도박단이 운영하는 승합차를 이용, 장소를 옮겨가며 개장한 도박판에서 하루에 1억5천만원의 판돈을 걸고 수백차례에 걸쳐 노름을 해왔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현장에서 압수한 돈다발과 수표를 보면서 그 엄청난 규모에 그저 할 말을 잊게 된다.

주부 노름꾼들에게 도박장을 제공한 도박단이 지난해 5월말부터 최근까지 자릿값으로 뜯어낸 돈만도 자그마치 14억원에 달하는 엄청난 액수다. 노름꾼중 30대 주부는 도박단의 한사람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하고 남편에게 알리겠다는 협박에 못이겨 3천여만원을 뜯겼다니 피해자로선 돌이킬 수 없는 큰 상처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도박의 폐해는 새삼스럽게 지적할 것도 없이 자신과 가정을 황폐화시킬 뿐만아니라 국민을 비생산적 취향에 몰입시킴으로써 무기력하게 만들고 한탕주의를 부추긴다는 데 있다. 그러나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여간해서 헤어나기 어려운 게 도박의 세계다. 재산을 모두 잃고 가정까지 파탄된뒤 후회한들 소용없는 일이며 결국 인생낙오의 큰 대가를 치를 뿐이다. 이처럼 무서운 도박에 빠져들지 않으려면 아예 처음부터 손을 대지 않는다는 단단한 각오와 실천밖에 없다.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문화적 측면에서 도박병리를 치유하기 위해 국민의 오락을 건전한 방법으로 유도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개인 파멸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병들게 하는 도박풍조는 어떻게 하든 뿌리를 뽑지 않으면 안된다. 상습도박에 대한 지속적이고 철저한 단속과 함께 엄한 처벌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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