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범죄 심각하다

모방범죄가 심각하다. 최근 폭력성 논란의 영화가 히트하면서 그 부작용이 은근히 걱정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끝내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국내 영화사상 최고의 관객동원을 기록하고 있는 영화 ‘친구’를 흉내낸 폭력행위 등 범죄행위가 청소년 사이에서 자주 일어나는 것은 영화 등 영상물이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에게 미치게 될 영향에 대해 깊이 생각케 한다.

얼마전 안양에서 고교생 3명이 자신들의 여자친구와 놀았다는 사소한 이유로 17세 청소년을 1시간동안이나 집단폭행한 것도 영화 ‘친구’내용을 본뜬 모방범죄이다. 이들은 영화속의 배우가 ‘상대를 때릴 때는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할 정도로 패야 한다’는 대사대로 잔인하게 집단폭행, 중상을 입혔다. 또 안양5동에선 대학생 등 4명이 심야에 도로에 버려진 쇠파이프를 보자 이를 주워 영화장면을 떠올리며 이유없이 쇠파이프를 마구 휘둘러 버스정류장을 부수는 등 난동을 부렸다.

어쩌자고 영화에서나 가상적으로 있을 무자비한 폭력이 엉뚱하게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지가 우선 놀랍다. 그리고 장안의 화제가 되고 유행이 되는 일이라면 무조건 모방하고 보자는 우리의 줏대없는 사회풍토가 걱정스럽다. 이대로 가다가는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 실제로 일어난 범죄뿐 아니라 TV·소설 등에서 마구 등장하는 가상범죄에 대해서도 우리사회는 면역기능을 잃어 기상천외한 범죄가 만연할 것이다.

영화 ‘친구’에 대해선 여러 평이 있을 수 있다. 청소년들의 ‘의리’를 돋보이게 한 내용이나 각목과 쇠파이프를 동원한 폭력장면이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 효과와 함께 파괴의 묘미를 안겨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폭력을 미화하고 깡패를 우상화한 것은 이 영화가 남긴 감동의 뒤안에 드리워진 어둡고 부정적인 그림자다. 비록 영화속의 일이지만 이런 시각은 자칫 우리사회의 건전한 가치관을 왜곡하고 청소년들의 정서를 해칠 우려가 크다는 점도 깊이 인식해야 한다.

물론 영화 ‘친구’는 19세 이하 청소년들은 관람할 수 없는 영화다. 그러나 이들의 관람을 막을 수 있는 효율적 방도가 없다는 것이 현실적인 큰 문제다. 따라서 청소년들에게는 유해한 영화를 접근할 수 없게 가정·학교·사회와 치안당국이 대책을 세우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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