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공직사회에 벌써부터 레임 덕(행정권 누수)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우려할 일이다. 앞으로 지방선거에서 누가 새로운 단체장으로 앉게될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공직자들이 일손을 놓고 추이를 관망하는데서 빚어지는 레임 덕 현상은 선거철만 되면 으레 운위되는 하나의 고질이다. 그런 조짐들이 지방선거를 아직 11개월이나 남겨놓은 시점에서 벌써부터 경기도를 비롯한 일선 시·군 공직사회에서 나타나고 있어 가뜩이나 어려운 국내 상황에서 어떻게 1년을 무사히 넘길지 걱정스럽다.
최근 경기도 본청과 일선 시·군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을 보면 우리 공직사회 기강의 현주소를 잘 알 수 있다. 경기도는 올들어 지사가 실·국별로 72건의 업무추진을 지시했으나 아직 손도 안댄 업무가 12건에 달하고 있다. 이 업무들은 별도의 예산이 소요되는 것도 아닌데도 특별한 이유없이 이행되지 않고 있다. 안산시에서는 시장이 현재 건축중인 문화예술회관 공연장의 과잉시설을 시민편의시설로 설계변경토록 지시했으나 실무자가 ‘특정업체를 위해 설계변경 했다는 의혹을 받을 수 있다’며 시장지시를 아예 묵살했다. 이런 현상이 유독 이 두 기관에서만 일어난 일이라고 보지 않는다. 지금 도내 각 지자체에서 비슷한 행태들이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각종 선거 때마다 가장 절실하게 요청되는 것은 공직사회의 안정이다. 공직사회 위 아래가 괜히 술렁대거나 서로 눈치를 보아가며 일손을 놓고 무사안일에 빠지면 공명선거는 물론 행정의 일관성도 무너지고 만다. 행정의 비능률과 불합리한 업무처리도 초래한다. 이렇게 되면 친절과 봉사행정은 뒷전으로 밀리고 민원업무는 민원(民怨)의 대상이 되고 만다. 공직사회의 기강해이는 당면한 경제난 극복에도 막대한 지장을 준다.
가뜩이나 어려운 나라살림에 온 국민이 한데 뭉쳐 난국을 헤쳐나가야할 때 공무원사회가 중심을 잡지못하고 갈팡질팡하면 국기(國基)는 어떻게 되겠는가. 공직기강이야말로 국가기강의 근간이다. 선거를 앞둔 시기일수록 행정을 수행하는 공무원들의 줏대는 꼿꼿해야 한다. 자치단체장에 누가 뽑히고 누가 지방의원에 당선되든 공직사회는 의연한 마음가짐으로 공복으로서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 공직자들은 앞으로 있을 선거결과에 흔들림 없이 오로지 산적한 지방살림을 차질없이 처리해 나갈 것을 거듭 당부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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