伏음식

남한 사람들이 특히 여름철에 즐겨 먹는 개고기를 북한에서는 ‘단고기’라고 말한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개기름이 발 뒤축에 떨어져도 몸이 좋아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여름철 건강관리에 좋다는 인식이 주민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다. 1993년 2월에 발간한 ‘조선요리’에 ‘단고기는 말 그대로 그 맛이 달고 영양가가 높을 뿐만 아니라 소화흡수가 잘 돼 건강에 대단히 좋다’고 표현돼 있을 정도다.

하지만 개 한마리값이 5백∼6백원이나 될 뿐만아니라 식당에서 파는 1인분 개고기 가격이 2원50전이어서 노동자들은 월급(한달 평균 봉급 1백원)에 비해 비싼 편이라 먹기가 쉽지 않다.

여름철에 북한 주민들이 가장 즐겨먹는 대중음식으로는 냉면이다. 북한 냉면이 크게 평양·함흥냉면으로 나눠지는 것는 남한 주민들도 거의 알고 있지만 북한에서 냉면집으로는 평양의 옥류관·청류관, 함흥의 신흥관이 유명하다. 이들 냉면집은 요즘같은 삼복중에는 냉면을 먹으러 온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고 한다. 하지만 옥류관의 냉면가격이 한그릇에 5원50전이어서 일반 주민들이 자주 먹기에는 부담이 된다. 그렇게 건강관리에 좋다는 단고기보다 배가 비싼 셈이다. 그래서 북한주민들은 여름철 별식으로 ‘토끼곰’‘닭곰’‘단고기’등을 찾는다는데 ‘곰’은 남한의 ‘탕(湯)에 해당하는 말이다. 토끼곰이 애용되는 것는 평양시내를 제외한 북한 전 지역의 기업소·학교·가정에서 주민들이 길러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삼계탕과 비슷하게 밤·인삼·찹쌀 등을 토끼고기와 넣어 만드는 것으로 여름철뿐 아니라 1년 내내 집에서 먹을 수 있다.

삼계탕에 해당하는 ‘닭곰’은 남한과 달리 인삼을 넣지 않고 어린 닭 대신 주로 다 자란 큰 닭을 고아 만든다. 사위가 오면 장모가 닭곰을 해주는 것은 남한이나 북한이나 똑 같다. 같은 민족이라 하여도 음식을 내는 맛은 남한에서도 경상도·전라도·제주도·충청도·강원도·경기도가 조금씩 다르고 또 그에 따라 맛도 특색이 있다. 북한이라고 다를 게 하나도 없다. 무더위가 계속되는 삼복중이어서 그런지 평양의 옥류관·청류관이나 함흥의 신흥관에 가서 맛있는 냉면을, 토끼곰도 마음놓고 먹을 수 있는 날이 더욱 기다려진다.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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