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뎅이같은 사람들

프랑스의 사상가 장자크 루소(1712∼1778)는 “민주주의에선 법을 준수함으로써 비로소 자유롭다” 말했다.

민주주의에서 법은 사회 구성원들이 스스로 한 약속이기 때문에 지켜야 한다는 인본주의적 근거가 있다. 약속은 물론 지켜져야 한다.

조조(曹操)가 형주의 남양(南陽)에 근거지를 뒀던 장수(張繡)를 공격할 때였다. 군사들에게 어떤 일이 있어도 보리밭을 밟지 말라고 명했다. 물론 전장의 백성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조조 자신이 타고 있던 말(馬)이 갑자기 무언가에 놀라 보리밭을 밟았다. 이에 조조는 군법을 어겼다 하여 스스로를 목베려 하였다. 하지만 주위 사람들이 만류해 상투를 베는 것으로 벌을 대신했다. 군법을 지키기 위해 솔선한 ‘삼국지’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법치국가의 목적은 법을 통해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데 있다. 지난해 4·13 총선 때 ‘악법은 법이 아니다’라며 낙천·낙선운동을 벌였던 총선연대 지도부 7명에게 법원이 선거법 위반협의를 인정해 벌금형을 선고했다. ‘악법도 법’임을 입증한 셈이다.

자신의 말이 보리밭을 밟았다하여 목 대신 상투를 벤 조조는 그래도 준법주의자다. 우리 주위엔 법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 너무 많다. 그중에서 제일 먼저 지탄을 받아야 할 인사를 들라치면 아마 법을 만드는 국회에서 절차를 무시하고 서로 잘났다고 멱살잡이하는 국회의원들일 것이다.

체코 속담에 ‘법은 거미줄이다. 파리는 걸리고 풍뎅이는 빠져 나간다 ’는 말이 있다. 파리는 힘없고 가난한 사람이다. 배경이 없는 사람이다. 그러나 풍뎅이는 돈이 많고 권력이 있고 앞 뒤를 봐주는 힘이 있는 사람이다. 법망이 아무리 거미줄처럼 짜여 있어도 그 힘으로 뚫고 나간다. 풍뎅이같은 사람이 많은 사회일수록 경쟁력은 떨어지고 행복지수가 낮아진다.

풍뎅이같은 사람들이 활개치는 이 세상에서 파란불이 켜진 횡단보도를 한 손을 높이 들고 건너가는 서너살쯤된 어린이들을 보면 눈물겹도록 고맙다.

/청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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