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팔달산은 서울의 남산과 같다. 시가지 복판에 있으면서 명산의 정기를 뿜어주는 고마운 시민공원인 것이다. 이러한 팔달산이 쓰레기로 더럽혀지는게 안타까워 날마다 줍고 다니는 환경지킴이가 있다. 벌써 10년째다. 더우나 추우나 한결같이 쓰레기 줍기를 거르는 일이 없다.
쓰레기 종량제가 실시되고 나서는 이웃간에도 골목길을 쓰는 미풍양속이 사라졌다. 봉지값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지킴이는 대형봉지를 사들고 다니며 팔달산 쓰레기를 열심히 줍는다. 누가 알아주는 이도 없으나 그런 것에 전혀 개의치 않는다. 자신의 건강을 위해 팔달산을 오른김에 여기저기 다니며 쓰레기를 줍는다.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리는 몰염치는 정말 양심이 쓰레기 같다 할 것이다. 버리는 사람 따로 있고 줍는사람 따로 있어 줍고 주워도 한량없이 쏟아지는 쓰레기지만 그래도 개의치 않는다. 힘닿는데까지 최선을 다해 줍는 것을 마치 소명처럼 알고 군말 한마디 없이 쓰레기를 줍는다.
잘사는 것도 아니다. 그저 자그만한 가게 하나를 내어 그럭저럭 집안을 꾸려가는 형편이다. 이런데도 날마다 대형 쓰레기봉투 값으로 들이는 돈을 조금도 아깝게 생각해 본적이 없는 것 같다. 누가 왜 그러느냐고 물으면 “허허…”하고 웃어넘기곤 한다. 별로 할 말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또 쓰레기를 줍기 시작한다. 적어도 쓰레기에 관한한 그는 팔달산의 의인이다.
지난 10년동안 주운 쓰레기를 합치면 도대체 얼마나 될까. 아마 수십트럭 분은 될 것이다. 사비도 꽤나 들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오늘도 어제처럼 쓰레기를 줍고 내일도 주울 것이다. 그것도 일할 수 있는 것을 즐겁게 여기는 마음으로 줍는다. 그는 굳이 이름을 알아 무엇하느냐며 손사래를 저었다. 이래저래 알아본 이름이 이정규씨(李正揆)다. 환갑을 넘긴지가 한 두해쯤 돼보이는 나이다. 팔달구 남창동에 살고 있는 것으로만 알려졌을뿐 확실한 주소도 전화 번호도 알 수 없다. 팔달산운동회 모임이란 뜻을 가진 ‘팔운회’친목단체 회원인 것만은 분명하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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