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혜의 자원 보고’‘수도권의 마지막 남은 정화처’ 갯벌.생물자원의 산란장, 서식지, 오염물질의 정화지 기능을 하며 갯벌은 숨쉬고 있다.
수백 수천년전부터, 어쩌면 그보다 더 오래전부터 바다와 육지를 이어주는 완충지대역할을 해온 갯벌이 언제부터인가 연안습지의 파괴로 신음하고 있다.
연안습지는 육상생태계와 해양생태계가 어루러져 물에 잠기고 드러나는 지형으로 염생습지(salt marsh)와 갯벌(mud flat)이 형성되는 곳을 말한다.
우리나라 갯벌의 넓이는 남한의 경우 2천800㎢로 남한 전체 면적의 3%에 이르며, 영국·독일을 포함한 북해안, 캐나다·미국의 동부해안과 함께 세계 5대 갯벌의 하나로 평가 받고 있다.
하천이나 강을 통해 육상의 유기영양물질이 끊임없이 공급되는 갯벌에는 지구 전전체 생물의 20% 가량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생물 생산성이 가장 높은 생태계중의 하나로 자연상태의 갯벌 1㏊는 BOD(생물학적 산소요구량) 기준으로 하루 21.7㎏의 정화 능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이런 갯벌의 생산성이 농경지로 이용했을 때 보다 무려 3.3배나 높은 곳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근대에 들어와 농업·공업·쓰레기 매립용지로의 활용을 위해 갯벌에 대한 매립이 광범위하게 진행되면서 서해안에서만 무려 5천200만평의 갯벌이 사라졌다.
이에 따라 생태계 및 환경파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시민·환경단체를 중심으로 높게 일고 있다.
환경운동연합과 녹색연합 등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남한의 갯벌 면적은 모두 2천800㎢로 이 가운데 83%(2만3천여㎢)가 서해안에, 나머지 17%(480㎢)는 남해안에 분포돼 있다.
특히 남한 전체 갯벌의 38%인 1천80㎢가 조수간만의 차이가 큰 강화도(석모도·불음도), 인천(송도·남동), 시화·남양만 등 경기·인천 연안에 집중 분포돼 있다.
그러나 서해안에 널려 있는 천혜의 자산인 갯벌이 그동안 농토 확장과 산업시설을 위한 토지 창출이란 수요에 떠 밀려 무분별한 매립이 이뤄졌거나 진행되고 있다.
인천지역의 경우 1990년대 들어서만 신공항 건설로 1천400만평이 갯벌이 사라졌으며, 송도신도시 개발을 위해 535만여평, 영흥면 화력발전소 건설로 66만평이 매립됐다.
이에 앞서 60년대 동양화학이 용현동 일대 80여만평의 갯벌을 매립한데 이어 70년대엔 가좌동 일대 원목하역장으로 161만평이, 80년대 동아건설이 농지조성 목적으로 1천100여만평을 매립하는 등 모두 209건에 달하는 갯벌 매립으로 인천 연안 갯벌의 40%에 해당하는 5천289만평의 갯벌이 사라졌다.
한국화약도 경기도 시흥 갯벌 200만평을 매립했고, 시흥시는 오이도 공유수면 15만평의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가 하면 한국수자원공사는 시화호 북측간석지 317만평과 시화호 남측간석지 97㎢(2천900여만평)를 각각 매립할 계획에 있다.
이런 갯벌 매립으로 생태계 파괴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연간 10만∼20만마리의 철새들이 찾는 우리나라 4대 철새 도래지 중 하나인 영종 갯벌의 경우 인천신공항이 들어서면서 과거 잘다져 진 펄갯벌이 모래로 변해 칠게, 콩게, 민챙이, 갯지렁이 등이 사라지고 한시적인 칠면조, 퉁퉁마디, 나문재 등 염생식물만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송도갯벌은 사정이 더욱 심각하다. 송도신도시와 LNG인수기지 등이 들어서면서 5∼8㎞에 이르는 모래와 펄갯벌이 드러나 칠게, 콩게는 물론 대부분의 갯벌 저서동물이 자취를 감추는 등 환경교란이 심각한 상태다.
이에 따라 갯벌 매립으로 인한 환경파괴가 인근 연안어장은 물론 해안 생태계까지 황폐화시켜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까지 직면하게 된다는 환경 단체들의 갯벌 매립 중단요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갯벌 매립의 대표적인 피해사례로 사화방조제를 꼽고 있다.
환경단체는 시화호의 경우 호수내 물이 오·폐수와 함께 썩고 자체 정화능력을 잃은 호숫물이 방류됨에 따라 인근 생태계는 물론 주변 연안어장 황폐화를 초래, 곧바로 수산물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또 인천 앞바다 갯벌 매립으로 만조때마다 하수구 역류현상에 따른 침수 피해를 불러 오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해경 인천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갯벌의 유기물 정화능력은 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BOD) 기준으로 1㏊ 당 21.7㎏의 유기물 분해 능력을 갖고 있는데, 이를 새만금 갯벌에 적용할 경우 하루 10만t을 처리하는 하수종말처리장 보다 40배나 높은 것으로 계산된다”면서 “이런 정화 능력을 갖춘 갯벌이 지난 수십년간 인천 앞바다에서 매립이 진행돼 해안선마저 단조로운 상태로 변하는 등 연안 생태계의 파괴를 불러오는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며 무분별한 갯벌 매립의 중단을 촉구했다.
우리나라의 협소한 국토공간과 과밀인구, 부존자원의 부족 때문에 경제적 가치가 없는 땅으로 여겨져 정부주도의 난개발로 파괴된 갯벌 등 연안 습지.
이런 가운데 정부와 자치단체 등이 뒤 늦게 나마 갯벌의 가치를 인정학 보존에 나서고 있어 다행이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해 강화도 서도면 말도리 일대 무인도 등 서북도 갯벌 44.8㎢(1천360만평)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했다.
인천시도 지난 달 강화 남단 갯벌 86.6㎢(2천598만평)와 웅진군 장봉도·신도·시도 등 총 753.1㎢의 갯벌을 습지보호역으로 지정해 줄 것을 해양수산부에 요청했다.
해양전문가들은 연안 습지를 보존하고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서는 종합 계획 수립과 관련법의 정비 및 관리의 통합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 환경영향평가 제도 개선 ▲지역주민의 참여를 보장해 경제적 피해 최소화 ▲생태적 가치를 최우선으로 하는 제도수립을 통해 환경훼손을 최소화 등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한번 파괴되면 원래 모습으로 복원 불가능한 갯벌 등 연안습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가치평가가 안된 현재 상태에선 개발에 따른 이익이 매우 크지 않은 한 보존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인천·안산·시흥=김창수·최현식·이동희기자 dhlee@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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