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 카터

미국의 대통령 가운데 생존해 있는 전직 대통령은 5명이다. 닉슨(37대), 포드(38대), 카터(39대), 레이건(40∼41대), 클린턴(42∼43대) 등이다.

포드는 노쇄했고 레이건은 병상의 몸이다. 닉슨은 워터게이터의 불명예 속에서도 왕성한 저술활동을 통해 손상된 이미지를 상당히 회복했다. 클린턴은 르윈스키와의 섹스스캔들로 인한 막대한 소송 비용의 빚을 갚기위해 한차례에 10만달러씩 하는 강의행각에 바쁘다. 엊그제는 1천만 달러를 받는 회고록 집필이 계약됐다는 보도가 있었다.

카터는 지금 국내에 와있다. 국제 해배타트의 ‘사랑의 집’짓기에 참여, 수석 자원봉사자의 긍지를 안고 직접 노동의 땀을 천안 현장에서 흘리고 있다. 카터는 벌써 77세의 나이다. 노구에도 불구하고 부부가 함께 건축 현장에서 봉사하고 있다. 흔히 국내 유명인사들처럼 사진만 찍고마는 쇼가 아니고 진실로 도움이 되는 육체노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카터는 대통령 당선 직후, 선거공약대로 주한미군 감축을 선언해 한반도 안전보장에 위협적인 사람이었다. 결국은 주한미군 감축은 크게 없었지만 한동안 우리나라에 부정적 이미지를 주었던 그가 한반도에 쏟는 애정은 각별하다.

1995년엔 대동강 유람선에서 고인이된 김일성 북측 주석과 함께 담소를 나누며 남북 정상회담을 주선했던 사람이다. 만일 김주석의 돌연한 유고가 없었던들 DJ가 굳이 펴양에 갈 필요조차 없었을 만큼 YS정권에서 이미 남북문제에 진전이 있었을 것이다.

그건 그렇고, 카터가 이국 땅에와서 흘리는 비지땀은 많은 것을 생각케 한다. 전에도 아프리카의 대민 구혈에 참여한 그가 ‘사랑의 집 짓기’에 나선것은 새삼스런 것은 아니지만 전직 대통령이 인류사회의 복지구현을 위해 몸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것은 정말 보기에 너무 좋다. 카터는 남북관계를 위해서는 평양에 또 갈 용의가 있다고 한다.

우리도 전직대통령이 다섯 분은 못되지만 네분은 있다. 미국의 전직대통령들에 비해 국내 전직 대통령들 몇분이 정치적인 것은 나라를 위해 유감이다. 지미 카터처럼 정치를 초월한 여생의 봉사에 힘쓰는 전직 대통령을 우리도 갖고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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