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의 손에는 지문이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다른 사람들과 악수를 많이 한다는 얘기다. 정치인에게 하루 100∼200회의 악수는 보통이다. 선거 때는 매일 1천명 이상과 악수한다. 미국의 클린턴 전 대통령은 자연스러운 악수로 인기를 얻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63년 고교 재학시절 케네디 대통령과 악수하면서 대통령이 되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험프리 전 부통령은 후배 정치인들에게 늘 “상대방에게 먼저 손을 흔들도록 허용하면 선거에서 진다. 먼저 상대방의 손을 잡고 흔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악수를 싫어하는 정치인도 있다. 2000년 미국 대선출마를 검토했던 부동산 왕 도널드 트럼프는 악수를 “야만적이고 불결하며 감기를 옮길 수도 있는 접촉”이라고 말해 거센 비난을 받았다. 공화당 대선 후보로 거론됐던 엘리자베스 돌 적십자사 총재도 악수를 하는 즉시 손을 씻는 습관이 언론에 공개돼 곤욕을 치렀다고 한다.
한나라당 박근혜 부총재는 악수를 청하기보다 받는 쪽이다. 지역구인 대구 달성에 가면 아주머니와 할머니들이 얼굴을 알아보고 몰려와 집단적으로 악수공세를 펼치곤 한다. 박 부총재 역시 악수를 즐기며 잘 하는 의원으로 꼽힌다. 반드시 두손으로 악수를 하고 상대보다 허리를 많이 굽힌다. 자민련 김종필 명예총재는 따스한 느낌이 가는 악수를 한다고 전한다. 오른손으로 상대방의 오른손을 잡고 왼손으로는 상대방 오른손 등을 조용히 감싼다. 다정한 눈길로 상대방의 근황을 묻는 등 정감있는 말을 건넨다고 한다.
이인제 민주당 최고위원은 늘 당당한 모습으로 손을 내밀고 상대방 손을 굳게 잡는다. 악수하는 폼 때문데 ‘역시 이인제’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악수는 민심을 느끼게 한다”고 말할 정도로 악수 예찬론자다.
이수성 전 국무총리는 총리 시절 정부청사 여직원과 수위들에게도 정중하게 악수를 해 화제가 됐다. 총리를 그만두고 청사를 떠날 때는 화장실 뒷정리하는 여직원을 밖에서 기다렸다가 악수할 정도였다. 국회의원을 포함한 정치인들에게 악수는 단순한 인사 수단이 아니다. 대부분의 정치인은 악수를 통해 자신의 감정과 의사를 유권자에게 전달하려고 한다. 악수한 수만큼 표를 얻는다고는 하지만 악수는 두 사람의 손을 통해 혈맥이 만나야 한다.진정한 악수를 건네는 사람이 과연 누구인가를 몰라 섭섭하다.
/청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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