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급여’는 생색용인가

‘육아휴직 급여’를 놓고 정부가 여성들을 우롱하는 것 같아 매우 유감스럽다. 노동계와 여성계가 강력히 반발하는 것은 당연한 처사다.

노동부가 11월부터 시행되는 모성보호관리법에 따라 신설되는‘육아휴직 급여’를 당초 논의됐던 월20만∼25만원보다 훨씬 적은 10만원으로 확정했다는 것이다.

최근 노동부가 설문으로 조사한 결과 여성 근로자의 66.5%가 ‘육아휴직을 평균 4·9개월간 신청하겠다’고 응답해 당초 예상했던 20∼30%를 훨씬 넘었다고 한다. 그러한 이유로 고용보험 기금의 적자가 우려되기 때문에 육아휴직 급여액을 낮췄다는 것이다.

노동부의 설명은 이러하다. 출산율과 설문조사 등을 토대로 계산하면 연간 2천300억원 가량이 지출될 전망이고 2003년부터는 일용근로자까지 실업급여를 줘야 하므로 현재 고용보험의 실업급여 재원은 남는 게 없다는 것이다. 나라에 돈이 없어 못주겠다는 데야 도리가 없다. 그러나 정부가 한다는 일이 도무지 신뢰를 주지 않아 또 한번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고용보험의 실업급여 재원이 남는 게 없다? 그렇다면 사전에 준비도 하지 않고 육아휴직 급여를 신설했다는 말인가. 매사를 그렇게 하니까 정부가 국민에게 욕을 먹는 것이다.정부가 대책도 없이 생색만 내기 위해 모성보호법을 추진했다는 증거가 아니고 무엇인가. 겨우 월 10만원을 주고 모성보호의 사회적 비용 분담이라고 과연 선전할 수 있느냐 말이다. 월 10만원은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최소한의 비용에도 못미친다는 형편을 모르고 있음이 분명하다.

알고 보면 더욱 한심한 것은 정치권이다. 예산을 지원할 생각은 안하고 손쉽게 고용보험기금에서 지출할 것을 강요했다고 한다. 일단 시행한 후 실제 지출액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한 뒤 차차 액수를 늘리면 되지 않겠느냐는 주먹구구식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10만원 지급의 육아휴직 급여를 차라리 거부하는 것도 지급액 인상을 강력히 요구하는 방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노동계와 여성계는 인내하면서 최소한 20만원 지급을 주장하면서 추진상태를 주시하고 있다. 정치권이나 정부는 제발 생색부터 내고 보자는 식의 제도를 만들어 국민을 기만하지 말기 바란다. 육아휴직 급여는 당연히 공개토론회를 열어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 후 방침을 재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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