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없는 경찰

얼마 전 경북 경주에서 강도 피의자가 경찰의 권총을 빼앗아 경찰을 쏴 숨지게 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경찰이 처음부터 총을 꺼내 피의자를 제압했으면 이같은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지만 숨진 경찰은 인명사고를 우려해 그저 몸으로 막으려 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경찰의 적절한 총기사용문제에 대한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경찰청 홈페이지에 개설된 토론방과 각 경찰서 홈페이지에 강력사건 발생시 총을 사용하지 않은 경찰을 비난하는 시민의 글이 빗발치고 있는 것이다.

‘위험할 때 안 쓰는 총을 왜 무겁게 갖고 다닙니까’ ‘경찰총은 비비탄?’등 비난성 글만 수백건이다. 현재 경찰의 총기사용 수칙은 1998년 7월 탈옥수 신창원 검거실패 후 대폭 완화됐다. 정당방위, 긴급피난에 해당하거나 장기 3년 이상의 범인이 항거·도주할 때에는 범인에게 총을 쏠 수 있게 했다. 또 간첩이나 살인·강도범, 무기·흉기사용범 검거시에도 실탄을 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일선 경찰들은 거의가 총 쏘기를 꺼린다. 실수로 피해자나 제3자가 총에 맞거나 범인을 맞추더라도 사용요건에 맞지 않을 경우 국가가 보상해야 하고 국가는 다시 경찰에게 구상권을 청구, 책임이 돌아오기 때문이다. 더구나 총기를 한번 쓰면 진상보고서만 수십장 써야 하는 까다로운 절차도 총기 사용을 꺼리게 한다. 경찰청 홈페이지에 뜬 ‘위험할 때 안 쓰고 언제 쓰나’라는 비난에 ‘경찰은 가족 없나, 총 쏴서 범인 죽으면 경찰 생명도 끝’‘경찰이 슈퍼맨인가, 사용규제 완화 없이는 몽둥이 들고 나가야 할 판’이라는 반응은 그래서 나온다.

“총 안 쏴서 범인 놓쳐도 징계, 총 쏴서 범인을 맞춰도 징계라서 요즘 총은 거의 사용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폼으로 차고 다니는 꼴”이라고 경찰들은 탄식한다. 그러나 경찰의 총기남용이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다. 순찰차에 태워달라는 취객에게 경찰이 실탄을 쏴 상처를 입힌 일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찰의 총기 휴대는 자신 보호용이 아니라 공무집행용이다. 범법자 검거용인 것이다. 문제는 범법자들이 경찰의 총기 사용 약점을 너무 잘 알고 있다는 점이다. 무법자들을 뒤쫓는 서부의 보안관이 맨손인 격이니 이래 저래 경찰은 고생이 많다.

/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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