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성금모금이 적지 않았다. 거의 해마다 연말연시면 이웃돕기성금 모금이 있었고 수해가 나도 성금을 모으곤 했다. 지난 초여름엔 한해성금을 모금하였다. 이러다 보니 기업체의 경우 성금이 준조세화 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 또 정부가 사회복지에 쓰고 재해대책비로 쓰라고 세금을 내는 국민들에게 성금을 부담시키는 것은 이중담세라는 비판 또한 없지
않았다.
이럼에도 성금모금이 있었던 것은 더불어 살고자 하는 전래 미풍양속의 사회정서가 보다 강했기 때문이다. 각종 성금모금이 있을 때마다 노인들 쌈지돈에서 어린 아이들 돼지저금통 돈에 이르기까지 많은 정성이 쌓이곤 하였다. 못사는 사람들도 더 못사는 사람들을 돕는 심정으로 성금을 내는 이들이 많았다.
연간 수조원으로 추정되는 이같은 국민성금 일부가 목적외 용도로 사용됐다는 감사원 감사의 적발 내용은 충격이다. 백혈병 등 어린이 난치병 진료성금 1억100만원 가운데 약 절반이 관련 민간협의회의 운영비 등으로 쓰이고 산불 피해복구 성금 17억7천만원의 대부분이 해수욕장 등 개발비로 전용됐다는 것이다. 또 수재의연금으로 조성된 구호기금의 이자소득에 대한 법인세 환급금 6억4천만원을 잡수입으로 잡아 창고 건설자금으로 관리해온 사실은 지탄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이처럼 드러난 국민성금 관리의 엉망인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지 모른다. 사실, 그동안 성금을 낸 많은 국민들은 일말의 의구심을 가지면서도 공권력을 믿고 맡겼던 것으로 이는 곧 공권력 신뢰의 흠집이다. 또 제대로 쓴다해도 과연 어떻게 쓰이는지 몰라 궁금하기도 했다. 성금모금은 활발한 것 같은데 막상 돌아오는 것은 별게 아니라는 재해 현장의 목소리도 과거에 있었다.
감사원 감사 결과는 국민성금에 대한 어떤 규제가 필요한 사실을 시사한다. 관련기관은 성금을 맡는 것으로 그치지 말고 어떻게 어떻게 썼다는 집행내역을 국민에게 공개하는 의무를 지울 필요가 있다. 아울러 성금모금 또한 되도록이면 자제하는 게 좋을 것같다. 특히 재해성금은 적십자회비와 중복되는 감이 없지않다. 성금모금 보다는 적십자회비 납부의 활성화를 기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국민성금에 대한 재고와 새로운 인식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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