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S

복권 3웍원짜리가 당첨됐다. 시흥에 사는 어느 40대 당첨자는 꿈만같아 당첨을 안내하는 ARS(자동응답전화시스템)를 통해 네번이나 거듭 확인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막상 당첨금을 타려고 가니까 ARS가 고장나 잘못 안내됐다는 것이다. 며칠전 신문에 난 얘기다. 그 사람은 소송제기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이런 일이 아니어도 ARS를 이용하다 보면 분통 터지는 일이 한두번이 아니란 게 중론이다. 어떤곳은 안내에 앞서 자체 선전부터 시작하는게 있다. 어떻든 ○○은 ○번, XX은 X번 등 이런식으로 해서 또 △△은 △번을 해가며 여러차례 이어 나가기가 일쑤다. 대부분의 ARS가 안내번호를 지나치게 많이 녹음해놔 연결하는데 시간이 지루하도록 오래 걸린다. 이용자로써는 불필요한 번호 설명을 듣다보니 짜증이 난다.

거기다가 발음이 잘 안들려 다시 듣자면 처음부터 또 들어야 한다. 핸드폰으로 이용하면 통화료 또한 만만치가 않다.

ARS는 수년전 시작하여 이제는 거의 보편화되긴 됐다. 말인즉슨 서비스 개선이라지만 인건비 절감이 목적이다. 문명의 이기를 이용하는 것을 나쁘다 할 수 없겠지만 글쎄, ARS가 꼭 좋은 것인지는 판단하기가 간단치 않다. 녹음도 사람의 목소리다. 전화통화도 역시 사람의 목소리다. 다같이 사람의 목소리지만 녹음은 마치 기계소리를 듣는 것 같다. 대화가 아닌 일종의 로봇이기 때문이다. “벽을 마주보고 듣는것 같은 삭막한 기분이 든다”는 것은 ARS를 이용하는 많은 사람들의 얘기다.

ARS는 고독감을 준다. 인간미를 빼앗는다. 인간사를 너무 기계화 한다. 이러다 보니 어쩌다가 녹음이 아니고 사람이 직접 안내하는 육성을 듣게 되면 무척이나 반갑다. 그 사람이 누구인지 몰라도 인정을 느낀다. 육성안내를 해주는 기관이나 업체에 호감이 가기도 한다. ARS 대체로 경비가 얼마나 절감되는진 모르겠다. 그렇지만 육성안내는 ARS가 갖지 못하는 큰 강점이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 자산의 잇점이 많다.

굳이 복권소동 처럼 시스템 고장이 아니어도 ARS는 썩 좋은건 못된다. ARS보다 육성안내가 훨씬 더 많아지면 좋겠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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