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국회에서 임동원 통일부장관의 해임건의안이 통과됨으로써 지난 3년7개월동안 유지되었던 DJP공동정권이 붕괴돼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을 맞게 되었다. 이한동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 전원, 여당 수뇌부, 그리고 청와대 비서진이 이미 사표를 제출하여 빠르면 오늘중 국무위원을 비롯한 여권 진용이 개편될 예정이다. 혼란스런 정국을 조속히 안정시킨다는 측면에서 정부·민주당·청와대 개편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문제는 앞으로 여소야대 정국을 김대중 대통령이 어떤 방식에 의하여 운용하느냐의 문제이다. 미국, 프랑스 등 서구 선진국들은 오래 전부터 대통령이 속한 정부와 의회가 서로 다른 정당에 의하여 지배되는 분점정부를 경험하였으며, 이들 국가의 정치지도자들은 정치력을 발휘하여 여야간의 별다른 충돌없이 국정을 운영하였다. 우리나라에서 여소야대는 지난 1985년 노태우정권때 경험하였으며, 또한 지난 4·13 총선 후에도 여소야대였기 때문에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여소야대와 정치상황을 정치 본래의 모습인 대화와 타협을 통하여 해결하기 보다는 국회 의석수(議席數)에 의한 힘의 정치를 구사하기 때문에 항상 여야간의 충돌이 잦았으며, 또한 정치는 상생(相生)의 정치가 아닌 상극(相剋)의 정치를 하였다. 때문에 국민들은 정치를 불신하게 되며, 또한 국회는 파행 운영되어 민생문제는 항상 뒷전으로 밀렸다.
정치권은 이제 DJP 공종 붕괴가 현실이므로 이를 겸허하게 받아들여 한국정치를 한차원 발전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념과 조직기반이 다른 정당간의 권력욕구를 채우기 위한 공조보다는 정당의 정체성을 살려 정책별로 공조하는 새로운 정치의 룰을 보여주어야 한다. 지금부터 민주당, 자민련 모두 상대방의 눈치볼 필요없이 국민을 상대로 한 떳떳한 정치를 해야 한다. 한나라당도 명실공히 원내 제1당으로 당당하게 의정의 주도권을 가지고 국정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각 정당이 정책과 이념에 따라 공조하고 또한 타협과 조화를 통해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한다면 DJP 공동정권의 붕괴는 한국정치발전의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 각 정당은 여소야대 구조에서 정치력을 발휘하여 새로운 정치문화를 창출, 상생의 정치를 하기를 절실히 요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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