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의 국감저지 옳치않다

국정감사가 일부 공무원들의 실력저지 선언으로 파행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은 매우 우려할 일이다. 전국 공무원직장협의회발전연구회(전공연)와 경기도·인천시 등 7개 광역자치단체 직장협의회는 국감이 지방자치의 본질을 훼손하는데다 중복감사와 과도한 자료요구로 행정력의 낭비를 초래하고 있다며 국회가 지방고유사무를 감사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공문으로 하지 않을 경우 감사장을 원천봉쇄하겠다고 밝혀 국회의원과 공무원들의 물리적 충돌마저 예상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공무원들이 어떤 명분에서든 국회의 정상적 활동을 집단적으로 방해하는 것은 정당한 일이라고 볼 수 없다. 민원인들이 관청에 몰려가 시위하는 민간인들도 아니고, 공직신분의 공무원들이 자신들의 뜻과 어긋난다 하여 법에 따른 국정감사를 물리력으로 막겠다는 것은 여론의 호응을 받기 어렵다.

전공연과 광역자치단체 직장협의회가 국감에 반대하는 명분 자체는 이해한다. 현행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이 자치단체중 특별시·광역시·도를 국감대상으로 하고 ‘고유 업무에 관하여는 지방의회가 구성되어 자치적으로 감사업무를 시행할 때까지에 한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나 이 규정이 1991년 지방의회 구성으로 사문화됐다는 주장이다. 또 자치단체 업무중 국가위임사무는 10%에 불과한데도 국회가 90%에 이르는 지방 고유 사무에 대해 국감을 실시하는 것은 지방자치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물론 지방의회에 이은 국감의 이중감사문제는 국가 위임사무와 지방 고유사무가 서로 연관돼 있어 확연하게 구분할 수 없는 데서 비롯되는 만큼 이를 구체적으로 형식화하는 게 급선무다. 이를 위해 전공연 등은 관련법 제·개정을 요구하는 것이 옳다. 그렇지 않고 집단행동으로 국감을 직접 저지·방해하는 것은 공무원의 양식으로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전공연 등이 실력저지의 또 다른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는 과도한 자료요구는 국회의원들이 경청하고 또 그런 악습은 고쳐야 마땅하다. 경기도의 경우 국회서 요구한 국감자료가 1천여건이라니 업무과중의 불만은 당연하다 하겠다. 그러나 그것이 정당한 불만이라고 해서 집단행동까지 정당화 해 주는 것은 결코 아니다. 정당한 의사표시도 상식선을 지켜야 한다. 전공연 등은 연례행사처럼 저지투쟁만 반복할 게 아니라 오히려 순리적인 개선방안을 찾는 것이 옳다. 국회 또한 차제에 지자체 국감문제를 효율적 측면에서 재검토하는 진지한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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