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가을을 상징하는 ‘단풍(丹楓) ’은 단풍나무를 비롯해 당단풍나무·고로쇠나무·시닥나무(신나무)·청시닥나무·복자귀나무(나도박달나무)등과 같은 단풍나무과의 나무를 통틀어서 지칭한다. 다른 하나는 가을에 붉거나 노랗게 물든 나뭇잎 또는 그 현상을 말함이다. 단풍의 빛깔은 참으로 다양하다.

단풍나무·옻나무·벚나무·붉나무·화살나무·담쟁이덩굴·감나무 등의 단풍은 빨갛다. 은행나무·고로쇠나무·생강나무·시닥나무 등은 노랗다.우리나라 활엽수림의 주종을 이루는 신갈나무·갈참나무·굴참나무·상수리나무 등의 참나무류와 밤나무 등은 대부분 갈색으로 물든다. 이러한 현상은 나뭇잎에 함유된 색소의 종류와 양에 따라서 나타난다고 한다. ‘안토시안 ’이라는 색소는 붉은 단풍, ‘카로티노이드 ’는 노란 단풍을 만든다. 참나무류의 잎에는 안토시안이나 카로티노이드같은 색소가 없는데도 갈색 단풍이 든다. 엽록소가 파괴되어 녹색이 없어지고 잎이 마르기 때문이다.

단풍은 하루의 평균 기온이 15℃이하, 최저 기온이 5℃가 될 무렵부터 들기 시작한다. 단풍의 빛깔은 그늘보다 햇살이 잘 드는 양지, 평지보다는 산지, 비가 많은 곳보다는 적은 곳. 기온의 일교차가 큰 곳일수록 더 곱다. 대체로 단풍의 색깔과 선명도는 햇빛이 잘 드는 곳이 그렇지 않는 곳보다 훨씬 더 화려하고 뚜렷하다.

설악산 대청봉(1708m)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단풍이 드는 곳이다. 대청봉에서 9월 하순경부터 시작된 단풍은 산 아래로는 하루에 50∼60m씩, 남쪽으로는 약25㎞씩 내려간다고 한다. 단풍이 들면 산비탈과 능선의 풀숲에는 독특한 빛깔과 모양을 갖춘 가을꽃이 서정시처럼 피어난다. 쑥부쟁이·구절초· 해국·개미취·울릉국화·산국·감국·참취·각시취 등의 국화과 식물이 주종을 이룬다. 그중에서 보통 ‘들국화’로 통칭되는 쑥부쟁이·구절초·개미취· 울릉국화·산국·감국 등은 유난히 꽃도 아름답고 향기도 짙다. 국화과의 꽃도 아름답지만 투구꽃·그늘돌쩌귀·이질풀·산부추·마타리·나도송이풀·꽃향유 등도 나날이 짧아지는 가을햇살 아래 수줍은 듯이 꽃부리를 펼치는 토종식물들이다. 이렇게 가을은 나무들이며 꽃들의 이름만 들어도 정겹고 풍요롭다.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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