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김 라이락’이라는 나무가 있다. 미국에서 인기가 많은 정원수 중 하나이다. 키가 작아 나무를 손질하기 쉽고 한 해에 두 차례나 꽃을 피워 미국인들이 좋아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 ‘미스김 라이락’의 원종이 한국의 토종(土種)인 털개회나무이다. 우리나라 북한산에서 가져간 몇 알의 종자에서 탄생한 것이다.
유럽에서 가장 인기있는 크리스마스트리 역시 우리나라 특산 나무인 구상나무이며 홍도의 비비추는 미국에서 ‘잉거 비비추’로 개명됐다.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좋아하는 꽃을 물으면 보통 백합이나 장미라고 한다. 그런데 그 백합이 참나리, 하늘나리 하며 구분되는 우리 산야의 나리꽃이라는 사실은 아마 잘 모르고 있을 것이다. 우리 자생나리는 유럽에서 백합과 교잡돼 ‘솔로몬의 옷보다 더 곱다’는 품종이 됐다. 우리의 토종들이 이런 저런 연유로 외국으로 흘러들어가 새로운 모습으로 개량된 것은 꽤 많다.
미국이 1901년부터 1976년까지 한국에서 수집해간 콩 품종은 5천496점에 달하며 미국 콩 육종의 기본품종으로 이용되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1970년 쓰러짐에 강한 밀 품종을 육종해 노벨평화상을 받은 볼로그 박사가 이용한 밀 품종은 우리의 토종인 ‘앉은뱅이 밀’이고 전 세계에서 재배되고 있는 밀 품종 중 87%가 ‘앉은뱅이 밀’의 피가 섞여 있다.
우리가 살기 어렵고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웠던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전후해 미국과 일본은 체계적으로 우리의 토종을 조사하고 수집해 갔다. 이로 인해 우리가 보존해야할 우리의 토종들이 외국의 종자은행과 연구소에서 그 생명을 이어가는 딱한 형편이 되었다. 토종의 중요성은 새로운 품종의 육성과 신물질 개발의 원천이 되고있는 유전자원으로서의 가치뿐아니라 자연생태계의 보존과 관련된 환경보호, 약리작용을 이용한 신약과 건강식품의 개발, 그리고 지적 재산으로서의 무형의 가치 등 상당히 포괄적이고 다양하다. 그런데 오늘날 토종은 점점 사라지고 2000년말 266종에 이른 외래식물들이 되레 우리의 국토를 잠식하고 있다. 우리의 토종은 선량한데 토종 생장을 방해하는 외래종은 포악한 것 같아
섬뜩해진다.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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