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18일까지 나흘간 서울 올림피아 호텔에서 열리는 5차 남북장관급회담을 하루 앞두고 북측 조평통(조국평화통일위원회)이 돌연 발표한 대변인 담화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주목된다. 조평통은 “민족문제의 자주적 해결”을 강조하고 “상(장관)급 회담 등 전반적인 북남관계가 순조롭게 발전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남측이 얼마나 자주적 입장을 견지하느냐에 달렸다”라고 주장했다. ‘자주적 통일’은 6·15 공동선언에도 있는 것이어서 새삼스런 게 아니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이에대한 개념은 남북이 판이한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조선로동당 규약 전문은 ‘조선로동당은 남조선에서 미제국주의 침략군대를 몰아내고 식민지 통치를 청산하며…’‘조국을 자주적 평화적으로 민족대단결의 원칙에 기초하여…통일적 발전을 이룩하기 위해 투쟁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바꾸어 말하면 남측은 주변 외세와의 협의적 개념의 자주적 해결(통일)인데 비해 북측은 주변 외세의 배타적 개념인 것이다. 궁극적으로 미군철수, 연방제와 연계된다.
물론 이번 회담에서 북측이 미군철수나 연방제 문제를 들고 나올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평소에도 “민족문제에 미국의 눈치를 너무 본다”고 힐난해온 북측이 저들의 자주개념에 준한 수용키 어려운 예상밖의 문제를 요구해와 회담이 순탄치만은 않을지 몰라 걱정이다.
이번 회담에서는 현안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남북관계의 실질적 진척을 가져온다. 경의선 복원, 임진강 수방사업, 이산가족 상시면회소 설치, 개성공단, 금강산 육로관광, 투자보장 등 4개 경협합의서 발표 등이 이에 속한다. 특히 경의선 복원은 남측 구간은 완성단계에 이르도록 북측 구간은 아직 손도 대지 않아 과연 복원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임진강은 북측 상류에 새로 만든 두개의 댐을 통해 물을 빼돌려 남측 임진강은 평소엔 물이 줄고 우기에는 댐방류로 범람하는 지경이다. 남북지역을 서남으로 종단하는 임진강 사업은 공동 대처가 절실하다. 이밖에 상시면회소 설치는 1천만 이산가족의 염원이며, 개성공단 등 문제는 시급한 경협사업이다.
반년만에 열리는 회담이다. 미국 테러의 대참사로 회담이 연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으나 북측은 이례적으로 테러를 비난했다. 그러나 회담기간중 예상되는 미국의 아프카니스탄 보복 개전에도 서울회담이 제대로 될지 궁금한 가운데 조평통 담화가 나왔다. 돌연한 ‘자주해결’담화발표는 어떤 구체적 의도보다는 개연적 논리로 알고 회담의 추이를 지켜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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