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공항 앞에 미사일기지?

인천국제공항 근처에 미사일기지를 세운다는 것은 신중에 또 신중을 기해야 할 매우 중대한 일이다. 마치 화약고 옆에 유류저장고를 건설하려는 것 같아 불안하기 짝이 없다.특히 인천시가 지난해 6월 연수구 동춘동 송도신도시(매립지) 인근 봉래산의 미사일기지와 문학산의 레이더기지를 각각 영종도의 금산과 백운산으로 옮기는 것을 골자로 하는 합의각서를 공군 모부대와 체결한 것은 성급했다고 본다.

합의각서를 보면 인천시가 봉래산과 문학산 일대 4만6천여평의 부지를 돌려받는 대신 금산과 백운산 일대에 6만2천여평 부지와 관련된 건물 39동의 건립비 등을 제공하고 지역주민과 관련된 민원을 책임진다는 내용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인천시는 현재 조성중인 송도신도시가 미사일 발사 과정에서 떨어지는 탄피의 낙하지점 안에 위치하고 있어 송도신도시의 개발을 위해서는 미사일기지 이전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또 이전 예정지인 백운산 일대는 공항배후단지 개발과 관련이 없고 바다와 접해 있어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에도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그러나 이 발상은 참으로 안일한 생각이 아닐 수 없다.

영종도에 미사일기지가 들어섰다고 가정할 경우 영종도가 인천국제공항 배후도시 겸 동북아의 물류 중심도시로 발전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비행기폭파 사고 등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도 세계 각국의 민간항공기가 수시로 이·착륙하는 국제공항 인근이어서 이용객들이 불안해 할 것이다.

지난 1998년 12월 4일 미사일 공중폭발 사고가 난 미사일기지를 영종도로 옮기려는 의도는 일반론적으로도 설득력을 주지 못한다. 당시 인천시 연수구 동춘동 공군 방공포대에서 탄두가 장착된 나이키 허큘리스 지대공 미사일 1발이 잘못 발사돼 송도앞 매립지 지상 300m 상공에서 굉음과 함께 공중 폭발된 사고를 생각하면 지금도 충격이 가시지 않는다. 그날 미사일 파편 수만개가 인근 주택가까지 날아들어 주민들이 다치고 차량 등도 파손됐었다.

현위치가 점차 도심화되는 이유를 앞세워 이전하려는 고충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미사일기지와 같이 중요한 군사시설은 도시개발 논리가 아닌 보다 장기적인 활용방안을 강구해야할 것이다. 영구적인 제3의 장소를 물색하는 등 공군 당국도 미사일기지 이전장소를 재검토할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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