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김태정

이용호 로비의혹 사건은 검찰조직의 권위와 신뢰를 형해화 하는 불행스런 현상에 처했다. 지검장급 두명의 연루가 포착되면서 ‘특별감찰본부’를 구성한 자체 규명 의지의 다짐에도 불구하고 특검설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진실규명의 향방은 차차 더 두고 지켜봐야 할 것이나 김태정씨 문제를 여기에 따로 거론하는 것은 이 사건이 함축하고 있는 그 나름의 의미와 무관하지 않다고 보는데 있다.

왜냐하면 검찰총장과 법무부장관을 지낸 김씨가 전화 한 통화로 이용호란 사람을 무혐의 석방케 한 사실로 인해 전화를 받은 당시 임휘윤 서울지검장(현 부산고검장)과 임 검사장의 지시를 받은 당시 임양운 서울지검3차장(현 광주고검차장) 등이 조사를 받는 단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여기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김씨의 태도다. 본인은 물론 변호사로서 한 일이라고 강변하지만 그의 처신엔 의문이 너무 많다. 변호사 선임계가 아무리 윤리사항에 그친다 하여도 대상 기관에 선임계 제출조차 없이, 그것도 청탁성 전화변론을 한 것은 절차와 은밀성에 비추어 설득력이 있을 수 없다. 또 불과 얼마전까지 자신의 부하였던 검사장에게 말로는 “법률상 억울한 점이 없는지 잘 검토해봐 달라”고 했다 하여도 묵시적 선처 요구의 의미를 삼척동자라도 아마 모른다 할 수 는 없는 것이다. 1억원의 수임료 산출근거 역시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이 또한 로비자금중 한뭉치 돈을 건넨 것으로 보여 김씨 역할은 변호사라기 보단 변호사 신분을 이용한 브로커 행위로 보는 객관적 판단이 가능하다.

근 30년전 타향에서 초임을 지낸 대구지검 검사시절에 기개 있었던 그가 최고의 현직에 오른 법무장관에서 옷로비 사건으로 낙마한데 이어 설상가상으로 후배들을 지극히 난처하게까지 만든 것은 검찰조직을 위해 참으로 유감이다.

생각하면 일찍이 검찰조직을 이처럼 갈기갈기 훼손한 정권은 이 정권 말고는 없었다. 이 정권 말기에 터진 희대의 이용호커넥션은 수십억원대설의 로비자금 역시 다양하여 현금 말고도 취업이나 펀드 등 뇌물형태가 다양한 것이 특징이다. 아직은 끝이 보이지 않은 진실의 결과가 무엇일 것인지는 시일이 요할 것이다. 분명한 사실은 정권은 유한해도 검찰은 영원하다. 일부 특정 세력의 오류로 인해 모든 검찰이 수모를 당해야 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자정 의지를 갖는 검찰 내부의 분발이 ‘김태정 개입’의 결과가 시사하는 교훈이라고 믿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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