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북한에 쌀 200만섬을 지원하자는 제의에 대해 한나라당내는 물론 자민련의 일부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반발하자 신중대처키로 한 것은 지당한 일이다. 한나라당은 정부의 재고쌀을 줄여 쌀값을 안정시키고 동시에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의 식량부족을 지원하기 위한 대책에서 나온 것인데 그것이 그동안 한나라당이 비판해온 퍼주기식 지원으로 비쳐진 것은 분명 잘못이며 정책결정과정에서 당내 여론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잘못을 시인했다.
한나라당과 자민련의 일부 의원들이 지금까지 정부가 북한에 대해 상호주의가 아닌 일방적 ‘퍼주기’식으로 지원한 것을 강하게 비판해온 한나라당이 갑자기 정책을 변경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반대에 나선 것은 옳은 일이었다. 더구나 당내에서조차 공론화 과정없이 일부 당 간부들에 의해 정책이 결정된 것에 대해 이는 민주정당으로 있을 수 없는 행태라고 반발한 것도 또한 당연하다.
우선 우리는 이번 한나라당의 대북 지원정책이 정책의 내용과는 별개로 당내에서조차 특별한 공론화 과정없이 결정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치 않을 수 없다. 재고쌀 활용차원에서 대북 쌀 지원문제를 검토하라는 당 총재의 지시에 하루아침에 기본방침에 대한 설명없이 지원규모를 발표한 것은 지금까지 대북 지원에 대해 ‘퍼주기’라고 강하게 비판해온 한나라당의 입장을 감안하면 상식밖의 일이었다. 아무리 농민을 위한다는 정책이라고는 하지만 최소한 대북 쌀지원에 대해서만은 당내에서 충분하게 의견수렴을 했어야 옳았다.
현재로서는 농민들의 쌀 생산 의욕과 재고쌀 처리를 위해 대북 쌀 지원은 단기적 차원에서 필요하다. 더구나 북한이 식량부족으로 기아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인도적 차원에서 쌀 지원은 이중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러나 쌀 지원과 같은 정부차원의 대북 지원방식은 국회에서 토론을 거쳐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더구나 한나라당은 명실공히 제1당으로서 당론 결정과 의정 수행에 민주적 절차를 강조하는 모범을 보여주어야 된다. 당리당략에 따라 지도부가 졸속으로 당론을 변경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특히 대북 쌀지원이 굶주림에 허덕이는 북한 주민들에게 직접 전달되는 제도적 장치의 마련과 같은 조건의 충족을 위해서도 국회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대북정책 수행에 있어 올바른 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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