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학교가 학생을 범인 다루듯 지문을 채취한 믿어지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군포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차량 3대가 학교 뒤편 5층 건물에서 떨어진 타일조각들로 앞 유리창과 보닛이 파손되자 이를 학생들의 짓으로 보고 이들을 찾아내기 위해 6학년 전학생을 대상으로 지문을 채취했다는 것이다. 사건 경위는 간단하지만 학교가 수사기관에서나 하는 지문채취를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다.
학교의 역할이 학생을 보호하고 바른 길로 이끄는 것인데 교사가 어쩌다 수사기관이 현행범이나 형사 피의자들에게나 하는 지문채취를 제자들을 대상으로 하게 됐는지 교직자들의 양식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세상이 날로 메말라 간다지만 ‘사람’을 키워내는 학교는 사회와 무엇인가 달라야 한다. 학교 내에 사랑과 믿음의 공감대를 형성해야 하는 것이다. 스승과 제자, 급우와 급우들끼리 서로 아끼고 신뢰하지 않으면 학교라고 부를 수 없다.
이번 사건은 학교내에서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비교육적인 일들이 흔하게 일어나는지 우려를 갖게 한다. 또 학교의 교육적 지도력이 부족함을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학교측은 교사 차량이 파손되는 일이 발생하자 수업시간에 타일에 남아있는 지문과 대조하기 위해 지문을 채취해야 한다며 6학년 180명 전원을 대상으로 강제로 지문을 채취했다. 그러면서 교사들은 차량파손 학생을 찾게 되면 경찰에 신고하고 교내방송으로 공개해, 망신을 주겠다며 공포분위기를 조성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학교측은 생활지도 차원에서 차량파손 학생을 찾기위해 지문을 찍게 했다고 강변하고 있으나 당치도 않은 말이다. 학생들이 설사 장난치다 차량을 파손하는 일을 저질렀다 해도 선도위주로 다뤄야 할 대상이다. 아직 인격과 신체가 덜 성숙한 단계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교사들이 ‘경찰에 신고’운운하며 학생들에게 으름장을 놓는 것은 교육자로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자기가 지도할 책임이 있는 학생을 경찰에 알려 처벌하겠다는 것은 교육상 정당하다고 볼 수 없다. 그것은 교사들이 학생지도를 자포자기하는 것과 같다. 교사가 학생을 지도·통제할 수 없는 형편이라면 그런 상황에서는 어떤 교육효과도 기대할 수 없다. 교육당국은 지문채취 경위를 철저히 조사, 다시는 이같은 비교육적 행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