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금의 국방부가 이상하다. 지난 20일 북측 무장 인민군 13명이 동부전선 비무장지대(DMZ)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침입한 사실을 “국민에게 불안감을 주지않기 위해 발표하지 않았다”는 해명은 이유가 될 수 없다. 인민군은 국군의 세차례에 걸친 경고방송에도 물러가지 않아 부득이 가한 경고사격 끝에 철수한 것으로 보도됐다. 작전기밀이 아닌 피아간의 군사 동태는 국민에게 신속 정확하게 알리는 것이 국방부의 소임이며, 인민군의 MDL 침입은 군사기밀이 될 수 없는 것은 자명하다.
미국의 테러사건 이후 국민불안을 우려해 발표 안했다는 변명은 오히려 국민불안의 요인이 된다. 6·25 한국전쟁 때 인민군은 이미 개성을 넘어 의정부로 쳐들어오고 있는데도 당시 신성모 국방장관은 연이어 국민불안을 내세워 ‘용맹무쌍한 국군이 반격을 가하고 있다’며 사실을 숨겨 이승만 대통령이 ‘서울시민은 동요치 말라’는 방송까지 한 전철이 있다.
장병 교육용의 ‘월간북한’지 9월호에서 대북정책 비판을 삭제한 조치 역시 이상하다. ‘8·15 통일축전 무엇을 남겼나’ ‘2001년 8·15 민족통일 대축전 평가’ ‘대북정책 재점검 할 때다’ 등 3편의 글을 삭제한 게 정부의 햇볕정책을 의식한 것이라면 정말 우려스런 처사다. 정부의 햇볕정책이 국방부의 햇볕정책을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국회 국방위의 국군기무사 국감에서는 “군내 좌경세력의 활동양상이 신세대 장병들에 대한 적 개념 희석책동, 군기문란 유도 등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는 야당의원의 주장이 기무사가 만든 ‘좌익세력 대군(對軍)투쟁 실상’자료와 관련해 제기됐다. 그러면서 이 자료를 작성한 책임자가 지난 6월에 갑자기 전역조치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은적이 있다.
이상한 일은 또 있다. 1948년의 여순(여수·순천) 반란사건은 국군 제14연대에 잠입한 남로당 프락치가 주도했던 사실은 그들이 자랑하는 일로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달라질 수 없는 진실이다. 그런데도 국군이 공연히 양민을 학살하는 것처럼 사실을 왜곡한 무슨 영화촬영에 국방부가 군헬기 등 장비를 지원한 것은 또 어떤 의도였는지 의아스럽다.
조선인민공화국 인민무력부는 조금도 달라진게 없는데 비해 대한민국 국방부는 왜 이처럼 흐물흐물 해졌는지 알 수 없다. 햇볕정책을 힐난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햇볕정책은 정권차원이다. 그리고 국방부는 나라의 국방부이지 정권의 국방부가 아니다. ‘남북 평화공존은 강력한 안보가 바탕이 돼야 한다’는 김대중 대통령의 말과 거리가 먼 김동신 국방부 장관 행태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 것인지 무척 의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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