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살인게임에 몰두하던 초등학생 2명이 새벽기도 여인을 살해한 충격적 사건은 인터넷 중독의 심각성을 새삼 돌아보게 한다. 평택경찰서 조사결과 이 학생들은 PC방 건물 옥상에서 잠을 잘 정도로 살인게임에 중독된 상태였고, 게임비가 필요해 교회 신축현장에서 새벽기도 중이던 여인을 망치로 때려 숨지게 하고 2만2천원을 빼앗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 학생들이 심취한 게임은 자신들이 직접 캐릭터를 설정, 사람 등을 처치하면서 이 경험치에 따라 칼·갑옷 등의 무기를 업그레이드 해나가는 내용이다. 사이버 세계의 살인·폭력게임을 나홀로 즐기는 것은 잠재적 범죄학습 효과가 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적 지적이 현실화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얼마전엔 인터넷에 중독된 중학생과 초등학생이 자살사이트 내용을 모방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며, 또 다른 중학생은 폭발물 제조사이트를 개설하였다가 적발됐다. 미국에서는 게임 중독증 고교생이 학교에서 총기를 난사한 사건이 있었고, 브라질에서도 극장에서 같은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들도 가상공간과 현실을 혼동하는 게임 중독증이 자살과 범행에 작용한 것으로 추정케 하는 것들이다.
따라서 이제 인터넷 중독증은 알코올이나 마약 중독과 같은 사회적 문제로 다뤄야할 상황에 이르렀다. 특히 인터넷상에 살인·자살·폭탄사이트 등 반사회적 사이트가 난립하면서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의 호기심을 자극해 범행을 부추기는 폐해는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될 긴급 과제가 됐다.
그러나 게임 중독의 폐해를 분석하고, 대책을 모색하는 데 중요한 것은 범죄의 원인을 가상 공간에 국한시켜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게임 중독의 바탕에는 결국 성장과정과 사회관계 등에서 생긴 일상의 정신적 문제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의 학생들도 모두 어머니가 가출했거나 아버지가 구치소에 수감중에 있는 결손가정의 아이들이었다. 결국 이들의 인터넷 중독과 충격적인 살인행위도 사회와 학교의 무관심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당국은 이제 인터넷 시대에 파생되는 유해적 게임 중독 예방과 치료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특히 청소년들에게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반사회적 사이트를 정화하는 실효성 있는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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