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된 전쟁은 마침내 8일 새벽 1시27분(한국시간)에 터졌다. 미국과 영국군의 대 아프가니스탄 공습은 테러리스트의 활동기지와 탈레반 정권의 군사시설에 국한하고 있으나 이미 아프가니스탄 주변에 배치된 크루즈 미사일을 탑재한 군함을 거느린 두개의 항공모함 전단과 350대의 공군기, 4천400명의 해병과 1천명의 지상군 병력이 또한 속속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군사 소식통은 탈레반 지도자 오마르가 거처하는 칸다하르 공관 등에 2차 공격이 있었으나 오마르가 머물렀을 것으로는 관측하지 않고 있다. 이는 즉,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전면전, 그리고 장기화할 조짐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민간인 희생을 극소화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만약에 전폭기 공격, 미사일 공격, 지상군 투입 등 다양하게 전개될 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비전투원의 사상자가 다수 발생하면 이는 새로운 문제를 유발할 공산이 높기 때문이다. 테러리스트들에게 또다른 테러의 빌미를 주어 미국은 물론이고 온 비이슬람 국가에 테러의 위험을 초래할 수가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슬람 국가들의 단결을 가져와 문명충돌의 전쟁양상으로 확전할 우려가 있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민간인 사상자는 크게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전쟁이 본격화 할수록 부시 미국대통령은 이점을 깊이 명심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공격은 그런대로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미 빈 라덴의 대미 테러, 즉 세계무역센터 폭파와 여객기납치 충돌로 무고한 시민 6천여명을 숨지게한 미증유의 테러참사에 빈 라덴이 개입된 사실을 탈레반 역시 간접시인이 불가피했던 상황은 응징할만 하다.
아울러 이 기회에 친테러의 탈레반 정권을 전복하고 아프가니스탄 북부동맹을 중심으로 국민의 지지정서를 받고있는 자히르 전 국왕을 옹립, 새로운 정권을 수립하고자 하는 것이 미국의 최종 목표다. 그러나 빈 라덴의 확실한 거처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미국의 최대 걸림돌이다. 그의 소재가 불분명한 가운데 자행되는 공격은 파상적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부시가 그의 말대로 참다운 전쟁의 승리를 이끌자면 시급히 빈 라덴의 소재를 파악, 그를 조기체포함으로써 무고한 피해를 줄이려는 노력이 병행돼야 하는 것이다.
전쟁은 아무리 명분이 서도, 또 비전투원을 보호한다 하여도 인내하기 어려운 고통을 수반한다. 날이 갈수록 더하는 아프가니스탄 국민들의 공포와 기아에 국제사회가 관심을 갖는 도덕성의 발현이 있어야 한다. 국제사회가 아프가니스탄전의 추이에 비상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역시 이에 대한 비상대책이 강구돼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오늘 새벽에 긴급 경제장관 회의가 열려 3단계 비상대책과 관련한 구체적 시행지침을 확정한 것은 기민한 조치로 평가된다. 경제악화에 대비해 추경예산 조기집행과 10조원 규모의 기금을 증시에 집중 투입하는 한편, 석유와 식량 등의 수급에 대한 준전시경제체제 가동 돌입에 차질이 없기를 바란다. 아울러 국민들 또한 추호도 동요됨이 없는 의연한 자세가 요구된다.
국제사회가 어려울수록 안보태세 강화와 함께 국민이 의연하게 대처해야 난국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가 있다. 21세기 들어 처음 일어난 불행한 전쟁이 불행한 가운데나마 유종의 미가 있기를 기대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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