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원들의 철없는 집단외유

지금이 어느 때인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습으로 시작된 반테러 전쟁으로 국내 각급 기관이 비상근무체제에 들어갔고, 이 전쟁이 앞으로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알 수 없는 불안한 상황에서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이 엄청날 것으로 예상돼 온 나라안이 몹시 어수선한 상태다. 더군다나 농촌에선 쌀의 과잉생산으로 쌀값 하락을 우려하는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가고, 벼수매를 거부당한 농민이 음독자살 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비상시국을 아는지 모르는지 경기도의회 의원들이 임시회기를 중단하면서까지 평택항에서 첫 취항하는 중국행 카페리호 승선체험에 경쟁적으로 나서는등 지각없는 처신들로 도민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당초 도의회가 17일부터 19일까지 도가 추진하는 평택항∼중국영성항 카페리호 취항기념 승선체험에 평택항특위 및 경제투자위 소속 의원들만 참여키로 한 계획을 일부 의원들의 반발로 도의원 전원으로 참가대상을 확대한 것은 의회지도부의 잘못이 크다. 이 때문에 전체의원 95명중 60여명이 대거 승선을 희망함으로써 18일로 예정된 임시회 일정을 19일로 연장하고, 경기도가 이에 소요될 추가경비 1천만원을 확보하는데 고심이라니 딱한 노릇이다.

지금 전공무원들은 외유자제·골프금지 등 비상근무체제에 들어갔고, 대테러 안보대책과 비상경제대책 수립에 몰두하고 있다. 이런 판에 도의원들이 위기의식도 없이 혈세를 써가며 앞다퉈 해외 나들이나 할 뚱딴지 같은 행동만 하고 있으니 제정신들인지 의문이 들 지경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자체나 지방의회가 예산을 지나치게 낭비하는 데 대한 비판과 감시가 날로 강화되는 추세다. 물론 평택항과 중국간 역사적인 카페리호 승선체험이나 관광시설 견학 등이 전혀 무익하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에는 완급에 따라 선후가 있게 마련이고 일정한 한계와 한도의 조절이 필요하다. 카페리호의 첫 취항 승선체험은 우선 평택항 관련특위 의원들만으로도 족하다. 임시회 회기를 연장해가면서까지 떼지어 해외나들이 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

지금 도의원들 앞에는 카페리호를 승선하는 관광성 외유보다 더 급하고 중요한 현안들이 수북하다. 환란의 후유증이 아직도 완전 치유되지 않은 상태에서 터진 반테러 전쟁으로 국민들은 심리적으로 움츠러들어 있고 과민한 상태다. 따라서 도의원들은 지역주민을 대변하는 심부름꾼으로서 이들의 애로점이 무엇인지를 현장에서 듣고 의정에 반영하는 일에 진력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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