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구구식 은행수수료 인상

숫자를 가장 기본으로 하는 은행들의 요즘 운영상태를 보면 납득이 가지 않는다. 합리적인 근거도 없는 각종 수수료가 주먹구구식으로 인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은행·금융감독원·시중 은행들에 따르면 은행들이 각종 수수료를 앞다퉈 신설하거나 기존 수수료를 큰 폭으로 올리고 있으나 인상근거인 업무원가 및 산정방식이 은행마다 제각각이어서 불신감이 증폭되고 있다. 고객을 ‘봉’으로 여기는 것 같아 불쾌감마저 불러일으킨다.

창구 단순업무인 통장재발급에 드는 원가의 경우 조흥은행은 1천859∼3천890원으로 산정한데 비해 주택은행은 6천281원으로 계산, 최고 3.4배 높았다.

자기앞 수표의 경우도 조흥은행은 원가를 191원(정액)∼1천663원(일반)으로 잡고 있는데 반해 한빛은행은 3천669원으로 계산돼 조흥은행보다 최고 20배 가까이 비싸게 책정했다.

은행간의 원가차이는 자동화기기 이용의 경우 최고 44배(A은행 41원, B은행 1천804원)까지 나고 공과금 수납대행 원가는 3.3배 차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더구나 이렇게 객관적 기준없이 자체 산정한 원가를 토대로 수수료를 대폭 올리면서 항목에 따라서는 업무원가보다 턱없이 높게 올려 받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일부 은행들은 업무원가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수수료 신설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무원가 산정방식도 은행마다 달라 일부는 급여가중 인원구성비로 원가를 산정하는 방식을, 일부는 시간개념을 중시하는 활동기준 원가배분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왜 이렇게 은행마다 수수료 원가산정이 천차만별인가. 주먹구구식 인상이 해도 너무 한다는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은행감독원의 ‘자율인상’방치다. 은행들의 자의적인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는데도 수수료 현실화와 자율인상이라는 명분 아래 이를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은행수수료가 외국보다 낮아 인상 여지는 있다고 하지만 합리적 근거없이 마구잡이로 인상하는 것은 금융실업 전반에 대한 고객 불신을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부득이 수수료를 인상하려면 각 은행이 동일해야 할 것이다.

은행들의 폭리가 어디까지 갈 것인가. 은행들의 처사와 금융감독원의 ‘감독’을 지켜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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