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지방선거 참여의 부당성

시민단체의 내년 지방선거 출마설이 분분하다. 이미 본지에도 수차 보도됐고 또 그런 소식이 구전되기도 한다. 본란 역시 그같은 움직임에 대해 이미 자제를 촉구한 바가 있다. 그런데도 선거참여설이 갈수록 심화하는 것은 이도 시민단체의 한국적 병폐가 아닌가 하여 심히 유감이다. ‘시민단체는 있어도 시민은 없다’는 해학적 병리현상을

이유로 선거참여의 자제를 재촉구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각종 시민단체가 우후죽순처럼 난립한 것은 사실이다. 이 때문에 시민참여의 후원금 보다는 정부나 관의 지원금에 의존하는 일부의 시민단체가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정부나 관의 지원을 받는 시민단체는 정체성, 자율성을 상실한 관변단체이지 시민단체랄 수 없는건 지극히 자명하다.

그러나 이 역시 아직은 시민운동의 초창기라고 보아 언젠가는 시민단체도 절로 정비될 때가 있어 장차 제대로 뿌리내려지기를 기대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같은 실정에서 선거참여설이 수그러지기 보다는 공식화하는 경향까지 나타나는 것은 매우 우려스런 현상이다. 시민단체의 구성원이 개인적으로 단체장이나 지방의원 후보로 나서는 것은 참정권의 기본 인권에 속한다. 그러나 시민단체가 구성원을 후보로 내거나 구성원이 시민단체의 간판을 업고 나서는 것은 당치 않다. 시민단체의 기능은 비판기능에 있는 것이지 집행기능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시민단체가 집행기능에 참여하고자 한다면 벌써 그 자체가 비판대상이 되므로 비판기능을 포기하는 것 밖에 안된다. 비판과 집행을 양립하는 시민단체는 그 어디에도 있지 않다. 그 보다는 순수한 시민대표로 참여민주주의 보완 구현의 소임을 다하는 시민단체로 성장하기를 희망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율성과 신뢰성을 갖는 노력이 요구된다. 자율성을 위해서는 정체성, 대중기반, 전문성, 전략적 및 사회적 지식이 있어야 한다. 또 신뢰성을 위해서는 권력지향적이고 폐쇄화 하여 자신들 비판의 주대상인 정부나 관을 자신들이 닮아간다는 비난을 듣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다. 시민단체의 지방선거 참여는 바로 이같은 권력지향성을 드러내는 것이어서 마땅히 비난의 대상이 되고도 남는다. 거듭 밝힌다. 시민단체 구성원이 시민단체의 울타리를 나와 지방선거에 참여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시민단체가 선거에 참여하는 것은 형태가 어떻든 불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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