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용묵의 단편소설 ‘아다다’에서 아다다는 돈으로 인해 서방의 마음이 변할 게 두려운 나머지 아궁이에 대고 돈을 불태운다. 인간사에서 돈이 많아 사람이 버려지는 일이 적지 않긴하다. 그렇지만 돈에 침뱉을 사람은 또한 없다. 돈은 많고 볼 일이다. 좋은 일을 하려해도 돈이 없으면 제아무리 잘나도 아무것도 못한다. 중국 연나라의 어느왕은 ‘돈 없는 사람을 가장 큰 불구’로 꼽으면서 그 이유를 아내에게는 남편노릇, 부모에게는 자식노릇, 자녀에게는 애비노릇, 친구에게는 친구노릇을 못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텔레비젼에서 무슨 때가 돼 자금 방출뉴스를 내보내면서 자료 화면으로 산적한 돈다발 더미를 보이곤 하는게 있다. 가히 돈더미에 치어도 아프지 않겠다는 생각을 시청자들이 갖게한다. 실제로 일상에서 ‘돈벼락’이라는 말을 흔히 써긴 쓴다. 그 귀한 돈을 길거리에 뿌리는 일도 있다. 일제시대 평양에서 어떤 큰 도둑이 경찰에 붙잡힐 지경이 되자 택시를 대절해 길거리를 누비며 훔친 돈을 다 뿌린적이 있다.
근래에는 서울에서 돈에 포원진 어느 실업자가 역설적인 앙갚음으로 그나마 지닌 돈을 고층에서 뿌린 예가 있다. 또 얼마전에는 역시 서울의 어떤 상가가 기발한 선전광고 수단으로 천원짜리로 1천만원을 사흘에 나눠 날마다 시간 맞추어 고층에서 뿌린 바람에 길거리가 돈을 줍는 인파로 큰 소동을 빚은적이 있다.
지난 22일엔 경기도교육청 정문앞 길에 무려 29억2천170만원의 돈더미가 쌓여 있었다. 전교조교원 7천200여명이 객관적 기준없이 차등지급된 교원성과금을 반납, 도교육청더러 가져가라고 내놓은 돈이다. ‘가져가라!’ ‘못가져간다’하는 와중에서 일부의 돈은 교육청 마당에 내던저져 홑날리며 뿌려지기도 했다. 전교조 교원이라고 하여 돈이 많은 것은 아닐 것이다. 역시 박봉이긴 마찬가지다. 그 좋은 돈을 거부하여 왜 길거리에 내동댕이 처지고 뿌려졌는지를 깊이 성찰해 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교원성과금이라는 것이 어쩌다가 ‘ 전시행정’ ‘교단분열’의 지탄대상이 됐는지 실로 안타깝다. 서방의 변심을 걱정하여 돈 뭉치를 휴지처럼 불태운 소설의 주인공 아다다가 다시 생각난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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