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입에 담기 어렵지 않으나 제대로 실천하긴 이처럼 어려운게 없다. 대저 사랑의 정의는 무엇인가. ‘①애틋이 여기어 아끼고 위하는 일. 또 그러한 마음. ②남녀가 서로 정을 들이어 애틋하게 그리는 일. 또 그애인. ③동정하여 친절히 대하고 너그럽게 베푸는 마음’국어대사전의 사랑에 대한 낱말 풀이다.
그러나 이같은 해석이 사랑의 정의로 다 보기에는 부족하다. 영국의 에드워드 8세가 미국의 이혼녀와 결혼하기 위해 왕위를 헌신짝처럼 버릴 당시, ‘세기의 사랑’이라고들 말했다. 신의를 목숨만큼 중히 여긴 관중(管仲)과 포숙(鮑叔)의 관포지교는 우정의 사표로 꼽힌다. 크림전쟁의 백의천사 나이팅게일은 박애정신의 화신이었다.
이러한 사랑치고 그 어느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사랑이 없다. 인간만이 지니는 영감이기 때문이다. 성선설(性善說)이나 성악설(性惡說)의 본질은 인간의 사랑과 관련된다. 사랑은 곧 인간다움을 받쳐주는 심신의 지주다. 결코 쉽지 않은 게 사랑이면서, 그 가운데서도 가장 어려운 것이 남녀의 사랑이다. 우정 또는 박애의 사랑보다 어려운 것은 주관적으로는 무조건적 이어야 하고 객관적으로는 조건적이기 때문이다. 남녀의 사랑은 전적으로 주관적 개념이면서 객관적 규제를 요구받는 특성이 있다. 당사자들 만이 갖는 정서에 그치지 않고 법률, 도덕적 요인이 허용돼야 인정을 받는다.
즉, 본인들끼리는 아무리 진실한 사랑이라 하여도 남들이 보아서 아니면 아닌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객관적으로 남들에 의해서 칼로 물베듯 단정 지을 수 없는 것이 또한 남녀의 사랑이다. 남보기엔 그렇지 않은 사랑도 겉보기와는 다른 사랑이 있다. 이 때문에 이를 주제로 한 많은 문학작품이 있어 논란이 됐다. 로렌스의 ‘채털리부인의 사랑’ 나보코프의 ‘로리타’ 플로베르의 ‘보바리부인’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도덕주의 문화의 희생물이 됐다가 고전으로 재 평가된 작품들이다. 아마 앞으로도 영원한 미해결의 문제작들이 많이 나올 것이다.
국내 형법이 온당치 못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 간통죄는 객관적 요소의 법률 규범이다. 아직은 ‘가족생활에 불가피한 합헌’으로 보면서도 ‘폐지 여부에 진지한 접근이 요구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새찬 찬·반론 속에 많은 것을 생각케 한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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