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조선의 반통일 보수세력과 침략적 외세때문에 남북관계가 6·15 공동선언 이전의 상태로 돌아갔다’고 한다. 북측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26일자 사설에서 이같이 주장하였다. 정말 그러는가.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 정권의 햇볕정책에 문제점이 있긴 해도, 제6차 남북장관(상)급 회담이 지연되긴 해도, 부시 미국행정부의
강경 대북정책의 전환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남북관계, 북남관계가 공동선언 이전의 상태로 돌아간다고는 믿지 않았다.
당초 평양에서 27일 예정됐던 장관(상)급 회담을 금강산에서 하자는 돌연한 북측제의에, 모향산에서 하자는 이쪽 수정제의를 거부한 북측의 이해할 수 없는 태도에도 또한 그렇게 믿지 않았다. 남측의 테러대비 비상경계를 트집잡아 5차 장관(상)급 회담의 합의사항 이행을 무산시켰어도 우리는 역시 그렇게 믿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게 뭔가. 침략적 외세는 무엇이며, 반통일 보수세력의 방해책동 트집은 또 무엇인가. 침략외세란 부시 행정부를 일컫는 것 같으나 우리는 부시에게 주권을 침략받은 일도 없고 앞으로도 용인치 않을 것이다.
북측은 미국의 대 조선(북) 정책을 클린턴 행정부 수준으로 요구하고 있다. 부시의 대북정책은 우리도 마땅치 않은 부분적 요인이 없는 것은 아니나 알고 보면 클린턴 정책과 선후만 다를뿐 본질은 같다. 또 이쪽 보수세력 역시 평화통일을 반대하는 사람은 그 누구도 없다. 다만 상호주의를 요구하는 견해적 차이가 있는 것을 반통일로 매도하는 것은 북측의 편의적 논리 원용이다.
우리는 북측의 갑작스런 이같은 강경선회를 말못할 속사정이 따로 있는 것으로 보아져 심히 우려를 금할 수 없다. 군부세력의 견제가 적잖게 작용하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군부가 미련을 떨치지 못하는 무력 적화통일은 민족 참화만 불러들일뿐 결코 불가능하다.
유럽국가연합(EU) 관계자 일행이 지금 방북 중이며, 경제협력과 아울러 인권문제를 거론하는 것으로 안다. EU뿐만이 아니고 세계 각국이 북의 인권문제에 적잖게 관심을 갖고있다. 북측이 책임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등장할려면 체제에 어떤 변화가 불가피하다. 북측은 더이상 자기식 사회주의를 고수해서는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없고 폐쇄형 고립주의로는 더이상 지탱하기 어려운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북측 체제에 어떤 구체적 주문을 요구할 생각은 없다. 민족적 과제의 분명한 사실로 남북대화에 낭비적 신경전을 펼치는 것은 무익함을 일깨우고자 하는 것이다. 남북대화, 북남대화에 진솔한 자세로 나와주길 거듭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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