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우리나라 사람 100명 중 30명은 안경을 쓴다고 한다. 병원이 늘어나듯 안경점도 많이 생긴다. 할머니의 돋보기 안경부터 멋쟁이들의 선글라스까지 안경의 종류는 다양하다. 안경은 이제 식탁의 수저처럼 또 여성들의 화장품처럼 생활의 필수품이 되었다.

안경이 최초로 어디에서 발명되었는지는 자세히 알 수 없지만 여러가지 자료들을 분석해보면 대략 1280년쯤 베니스에서 제작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마르코폴로의 ‘동방견문록’을 보면 “원나라의 늙은 신하들은 거북의 등껍질로 만든 볼록렌즈 안경을 끼고 있다”고 밝히고 있어 당시 안경이 사용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안경의 기원은 대략 임진왜란을 전후한 시기로 추정하고 있다. 지봉(芝峰) 이수광(1563∼1628)이 지은 ‘지봉유설(芝峰類說)’에도 “안경은 노인이 책을 볼 때 쓰는 것으로 작은 글자를 크게 보이게 한다. 근래 들은 소식에 의하면 명나라 장수 심유경과 왜의 승려 현소가 모두 노인용 안경을 쓰고 가늘고 작은 글씨를 읽었다. 이것은 우리나라에서는 일찍이 보지 못하던 것이다. 안경은 해방(조개의 이름) 껍질로 만든다고 한다. 또 판별하기 어려운 낡은 문서를 수정으로 햇빛에 비추어 보면 분별할 수가 있다고 한다”고 실려 있다.

이러한 기록은 16세기말쯤 외국인 또는 외국에 드나드는 사신이나 상인을 통해 안경이 우리나라에 유입되었다는 설을 뒷받침해 준다. 조선시대 실학자 홍대용(烘大容·1731∼1783)은 3개월간 중국 북경에서 지낼 때 서양문물을 받아들였다. 그가 귀국할 때 안경을 쓰고 들어와 관복을 입고 등청할 때도 안경을 써서 대신들이 원숭이같다고 놀려댔다. 그러나 임금 영조는 홍대용이 바친 안경을 즐겨 썼다. 대신들이 이번에는 잘 어울린다고 추켜 세우고 자신들도 안경 쓰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그 후 안경 쓰는 것은 자랑스러운 것이고 사치품이 되었다고 전해진다. 요즘 신입사원 채용 면접시 특히 안경 쓴 여성은 합격에 불리하다고 한다. 눈을 보호하고 시력을 보호하기 위해 쓴 안경 쓴 모습을 좋지 않게 보는 사람들의 시력은 보통 나쁜 게 아니다. 그런 사람들부터 사람을 제대로 볼 수 있도록 안경을 써야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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