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능단체의 정치참여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노동단체는 이미 정치참여를 밝힌지 오래다. 이런 가운데 대한교원단체총연합회에 이어 엊그제는 대한의사협회가 총회에서 정치 참여를 선언하고 나섰다. 앞으로 또 어느 직능단체가 정치를 하겠다며 나설지 모를 상황이다. 법에 정치활동 금지규정이 없으면 직능단체라 하여 정치에 참여못할 이유는
없다.
참정권은 모든 국민의 기본권이다. 본란은 여기서 직능단체의 정치활동이 실정법상 어떤지에 대한 견해를 말하고 싶지는 않다. 가능하다 하여도 직능단체의 정치활동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한번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물론 정치활동을 하겠다며 내세우는 이유는 들어볼만은 하다. 갈팡질팡 하는 교육부 시책에 더 인내만 할 수는 없다는 교총의 주장이나 실패한 의약분업의 전면 재검토를 들고 나온 의협의 주장에는 국민이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
그러나 국민이 공감하지 않는 정부시책이 이미 정치활동을 선언한 직능단체 소관에만 국한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이 때문에 직능단체마다 직접 정치활동을 하겠다며 들고 나서면 소임의 본말이 전도되는 이상한 사회로 변질될 것이 걱정이다. 사회 구성원은 각기 저마다 갖는 소임을 통해 사회발전과 국민생활에 기여한다. 만약 직능단체가 본연의 소임을 떠난 소임의 구실을 이유삼아 저마다 정치를 하겠다고 나서면 그에 상충되는 직능단체가 또 정치참여로 맞서는 악순환의 연쇄반응이 우려된다.
본란은 일찍이 시민단체의 정치참여에 대해 부당함을 지적한 바가 있다. 비판 기능을 갖는 시민단체가 집행기능에 참여하겠다는 것은 이미 시민단체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직능단체는 물론 시민단체와 성격은 다르지만 정치참여에 대해선 맥락을 같이하는 것으로 보는 부정적 판단을 갖는다. 직능단체는 정부시책이 아무리 마땅치 않아도 비판과 법률을 통해 보완하거나 시정하고자 하는 꾸준한 노력을 갖는게 정도이지, 직능별 정당행태를 띠는 것이 정도는 아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은 더 말할 것 없이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 정치불신의 단면이기도 하다. 정치권이 직능별 의견을 정부 시책에 반영하지 못한데 대한 깊은 성찰이 있어야 한다. 그렇긴 하나 정치력이 없는 정치권이 아무리 못났어도, 이로 인해 직능단체가 정치 참여를 선언하고 나오는 것은 동의하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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