地自體 예산낭비 이대론 안돼

도내 지방자치단체의 예산낭비가 여전하다. 사업성에 대한 치밀한 검토없이 무작정 사업을 벌이는 일이 허다한데다 공사비를 과다하게 계상하거나 불필요한 장비를 투입하는 등 설계와 시공을 부적절하게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경기도가 지난해부터 올 10월말까지 도내 자치단체가 발주한 각종 사업에 대한 기동감사 결과 25건의 예산낭비 사례가 드러났다. 시흥시의 경우 거모지구 토지구획정리사업을 벌이면서 설계내역상 암(岩)터파기 공사가 실제 시공때에는 토사로 변경됐는데도 설계변경을 하지않아 공사비가 과다책정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고양시는 종합운동장의 주경기장 및 부속동 바닥 콘크리트 두께가 60mm만으로도 충분한데도 100mm로 설계했다. 이밖에 덕양문화센터를 지으면서 터파기할 때 기계시공이 쉽고 경제적인데도 비효율적이고 비용도 많이 드는 인력시공으로 설계했다. 지자체들이 빚더미에 올라앉아 있으면서도 씀씀이는 흥청망청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가다간 파산하는 자치단체가 언제 나올지 모를 일이다.

경기도가 최근 도의회에 제출한 행정감사 자료를 보더라도 재정악화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도의 부채 총규모가 10월말 현재 3조6천500억원에 이르러 전국 시·도중 제일 많아 4년간 지불해야 할 이자만도 5천250억원에 달한다. 이처럼 부채가 늘어나면서 일선 지자체 상당수가 오는 2004년까지 부채의 절반도 갚지 못할 정도로 재정형편이 열악해지고 있다.

이같이 지방재정 악화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것은 임기내 가시적 사업성과를 보여주기 위한 단체장들의 무모한 사업추진과 자기목적적인 예산 오·남용 등 방만한 재정운영 때문이다. 이같은 예산낭비사업들은 당초 단체장들이 선의에서 시도한 것이었다 해도 과학적으로 검토하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덤볐다면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따라서 도 당국은 예산낭비사업의 적발에 그칠 것이 아니라 책임소재를 엄정하게 밝혀내야 할 것이다. 이 경우만이 아니라 일반 예산 사항에서도 낭비요인을 찾아냄으로써 방만한 편성 및 집행에 제동을 걸지 않으면 안된다. 물론 단체장의 자율성은 보장돼야 한다. 그러나 자율확대가 민선단체장들의 오만과 독단을 초래해서는 안된다. 지방재정의 건전한 운용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이 그래서 필요한 것이다. 민선 단체장의 자기목적을 위한 예산낭비를 더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