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급증은 국가적 위기

마약 공급이 전염병처럼 번져 때와 장소, 계층을 가리지 않고 확산돼 국가적인 위기에 처했다. 일부 고급유흥업소나 미용실, 헬스클럽 등에서 손님에게 초보자 중독시키기 작전이라는 소위 ‘맛보기’로 마약을 피로회복제라고 속여 서비스를 한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더구나 동네술집 당구장 등에서도 손쉽게 구할 수 있다고 하니 마약도 막가파식이 되었다.

마약이 이제는 직장인·주부·노인 등에게 무차별 공급되고 있으며 심지어 중·고등학생들에까지 침투하고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급증하는 마약사범 중 초범이 70% 정도이고, 지난해 마약사범이 7천70명으로 5년사이에 2천명 이상이 늘어났다고 하니 이 얼마나 위험한 실상인가. 단속망에 걸리지 않은 숫자까지 합치면 훨씬 더 많을테니 실로 가공스러운 시국이다.

점점 늘어나는 밀수도 갈수록 다양해져 최근에는 특송화물이나 정상 수입화물을 이용하는 등 은닉수법이 지능화 돼 단속에 혼란을 준다.

검찰과 세관이 올해 인천공항과 전국의 항만에서 압수한 히로뽕 76kg의 경우 2백53만명이 동시에 한차례씩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이고 실제 유통량은 몇십배인 것으로 추정돼 전국민을 중독자로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더구나 공급이 늘면서 가격마저 떨어져 히로뽕 1회 투여분(0.03g)값이 1만원 미만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마약은 개인과 한 가정을 망칠 뿐 아니라 각종 범죄의 원인이 되는등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하는 원인이다. 마약을 투여한 뒤 환각상태에서 벌이는 살인, 강도, 강간, 인질극 등 강력범죄들이 속출한다. 마약구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절도, 강도, 마약거래, 살인행위 등 강력 범죄를 저지르거나 여성의 경우 매춘을 일삼는등 2차 범죄도 서슴지 않는다.

갈수록 늘어나는 마약공급과 중독사태는 참으로 심각하다. 이제 정부는 미국처럼 마약수사청(DEA)이나 마약통제정책국(ONDCP)과 같은 전담기구를 설치, 마약과의 전쟁에 돌입해야 한다. 단순투약자나 판매책 단속만으로는 그야말로 어림도 없다. 밀반입 주요 루트인 공항과 항만 등에서 유입을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 특히 마약사범의 강력한 단속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턱없이 부족한 예산과 인력이 대폭적으로 확충돼야 한다.

벤츠를 타고 도주하는 마약사범들을 승합차 타고 추격하는 현재의 단속체계를 하루 빨리 크게 개선해야 한다. 차일피일 하다가는 이 사회가 마약에 중독될 처지에 있는 지금은 국가적 위기라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