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인하 能事가 아니다

어제 도내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한국농업경영중앙연합회 주최로 정부의 농업정책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있었다.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에서는 전국농민회총연맹 주최로 대규모 시위가 야간까지 개최되어 큰 교통혼잡을 이루었으며, 일부 시위자와 경찰관이 부상당하는 불상사까지 발생했다. 내달 2일 또다시 전농은 대규모 시위를 개최할

예정으로 있어 앞으로 농민들의 시위는 더욱 가속화될 것 같다.

농민들이 정부의 농업정책에 반대하는 주요한 이유는 자명하다. 정부가 농민들을 위한 정책을 제대로 추진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의 구조조정이다, 또는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을 정리하여 국제경쟁력을 높인다고 하면서 수십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하면서도 농민들을 위한 정책에서 인색하다는 것이다. 소리도 없이 사라진 국민의 세금인 수십조원의 공적자금중 일부만을 전용해서 농업정책에 투자했더라도 지금과 같은 어려움은 없었을 것을 정부가 도시민과 기업을 위한 정책만을 실시함으로써 농업이 죽고 있다는 것이 농민의 항변이다.

농림부장관 자문기구인 양곡유통위원회에서 고육지책이라는 이름 하에 건의한 쌀값 인하 역시 마찬가지이다. 2005년부터 농업분야의 대폭 개방이 예고되기 때문에 미리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이유로 내년도 추곡수매가를 4∼5% 인하하자는 내용을 골자로 한 건의안을 양곡유통위가 채택한 것이 과연 올바른 결정이었는지 되묻고 싶다.

농민들의 반발이 예상됨을 알면서도 추곡수매가 인하를 건의한 양곡유통위의 어려움을 모르는바 아니지만 그러나 쌀값 인하가 농업정책 해결의 최대 과제라는 인식은 분명 잘못되어 있다. 양곡유통위는 쌀값 인하 건의에 앞서 쌀지원 방식의 전환, 농가소득 안정책 등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추곡수매가 인하는 이런 정책이 실시된 다음 건의해도 늦지 않다.

양곡유통위의 쌀값 인하 건의는 쌀값 하락으로 우울한 농민들을 더욱 분노케 했다.

다행히 농림부가 민주당과 당정협의를 통하여 내년 쌀 매입가를 인하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잘한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공연히 농민을 자극하는 무책임한 정책이나 발표하지 말고 우리의 삶의 터전인 농촌이 안정된 생활을 할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해야 될 것이다. 대책도 없이 쌀값 인하를 운운하지 말고 농민대표, 소비자 대표 등이 참여하는 특별기구라도 만들어 진지한 농업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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