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성적 조작한 빗나간 교사

참으로 개탄과 경악을 금할 수 없는 일이다. 안산의 어느 현직 중학교 교사가 수험생 2명의 성적을 조작, 특수목적고등학교인 외국어고교에 원서를 접수했다가 합격이 취소된 것은 입시행정 자체가 농락당한 것과 다름없다. 특수목적고의 입학전형이 필기시험 없이 서류심사만으로 이루어지는 점을 악용, 성적순위까지 위조의 표적에 이른 도덕성의

타락이 한심스럽기 그지없지만 더욱 기막힌 것은 입시관리가 이 정도로 허술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문제의 교사는 학급을 맡은 담임교사가 아닌 미술담당 교사로 외국어고 입학을 희망하는 학생 2명의 원서를 평소 알고 지내던 학부모로부터 전달받은 뒤 담임교사의 도장을 위조, 5개 과목의 2·3학년 석차를 상순위로 조작했다. 원서에 담임교사의 도장만 찍히면 확인과정 없이 교감을 경유, 행정실에서 학교직인을 찍어주는 허술한 절차를 악용한

것이다.

서류전형의 생명은 내신내용의 철저한 정확성과 공정한 심사에 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더구나 우수학생을 선발, 특수분야의 인재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특수목적고의 입학전형은 학생과 학부모의 이해가 첨예하게 걸린 막중지사라는 데서 한치의 허점도 용납되지 않도록 ‘정확·공정’에 만전을 기해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내신성적이 멋대로 조작됐고, 우수학생이 떨어진 것을 이상하게 여긴 학생과 담임교사의 확인으로 조작사실이 밝혀져 합격이 취소되는 혼란을 빚게된 것은 입시관리 체계에 구멍이 뚫린 중대사안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석차조작 교사의 형사책임은 말할 것도 없고 해당 중학교의 관리소홀 책임도 피할 길이 없을 것이다. 입학원서와 내신성적 확인서 관리에 그토록 소홀했다는게 도대체 납득이 가지 않는다. 담임교사가 작성한 내신서를 교감이 일일이 확인하지 않은데다 원서접수 고교에서도 진위여부 확인과정이 없다면 입시관리 체계가 아예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해당학교 못지않게 교육당국도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대입을 겨냥한 일선 고교의 내신 부풀리기 사례가 있었음을 감안, 모든 학교에 주의를 환기시켰어야 옳았다. 해당 학교의 책임자에 대한 응분의 인책과 함께 다른 학교에서는 이런 일이 없었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할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같은 불상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장치를 강구하는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같은 불상사는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부와 각 학교는 이번 사건을 하나의 경고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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