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성 교향곡으로 유명한 슈베르트의 제8교향곡은 2악장에 이어 3악장은 초고뿐이다. 영감적 악상이 떠오를 때마다 작곡하곤 하다가 31살에 요절했다. 사후 37년만인 1865년에 발견돼 처음 연주됐다. 아름답고 정연한 선율은 지금도 많은 이의 심금을 울린다. 몸이 허약한데다가 가난하여 독신으로 마쳤다. 그래도 사랑하는 여인은 있었다. 죽음을 예감했던 것일까. 제8교향곡 3악장 원고 말미엔 ‘나의 연애가 끝나지 않은 것처럼 이곡도 끝나지 않을 것이다’라는 글귀를 남겼다.
오늘날 유명한 차이코프스키의 발레곡 ‘백조의 호수’는 1876년 러시아 황실극장에서 처음 공연할 당시에는 안무와 무희의 실책이 잦아 호평을 받지 못했다. 공연이 대성공을 거둔 것은 그의 사후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재상연됐을 때다. 차이코프스키는 법무성 관리로 있다가 그만두고 상트 페테르부르크 음악학교에 입학한 음악의 만학도였다. ‘태양의 화가’ 고호가 즐겨 그린 해바라기는 정열적 색상, 강렬한 색채, 불꽃 같은 화풍으로 광기를 연상케 한다는 평을 듣는다. 1890년 정신분열증 끝에 37세로 요절했으나 현대 회화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인상파를 대표하는 모네의 대 연작 ‘수련’은 1926년 86세로 타계할 때까지 10년동안 그린 것으로 약시의 장애를 딛고 화폭에 끈질기게 도전한 필생의 걸작품이다.
생애는 불우한 가운데 작품은 훌륭했던 예술가는 이밖에도 많다. 다복한 생애에 작품 또한 우수했던 예술가도 적지않다. 우리나라 사람 가운데는 안익태 윤이상 같은 세계적인 작곡가, 이중섭 같은 천재화가가 있었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이런 뛰어난 예술가들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과문한 탓인지 몰라도 예술혼을 지닌 작곡가나 미술가의 얘길 듣지 못한다. 예술가라고 하여 윤택한 생활추구를 타박받을 이유는 조금도 없다. 인간은 누구나 잘 살 권리가 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예술혼을 팔아 뛰어난 예술가가 나오지 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대학입시를 위한 예능계 과외가 성행하는 모양이다. 과외비가 수백만원씩이고 보면 가히 기업형이다. 입시도 그렇고 과외도 그렇고 모두 뭐가 잘못되어도 단단히 잘못돼 있다. 물론 예능 과외지도는 예술하는 이들 가운데 일부이긴 하지만 풍토가 이래서는 거장이 나오기는 커녕 국내발전도 어려울 것 같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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