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의 생존권과 직결된 서민법안들이 국회에서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 도대체 이 나라에 정당과 국회의원들이 과연 필요한가라는 탄식까지 나온다. 현재 국회 상임위에 계류중인 상가임대차보호법, 주택임대차보호법, 파산법, 이자제한법, 신용정보보호법 등 주요 서민법안은 이미 3∼5개월 전에 안건으로 상정됐다.
그러나 이들 민생법안 가운데 상가임대차보호법만 두 차례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원회가 열렸을뿐 나머지 법안들은 아예 심사일정조차 잡혀있지 않은 상태다.
지금 국회에 계류중인 이 서민법안들은 한결같이 시간을 다투는 주요한 것들이다. 지난해 10월 상가임대차보호법 입법정원이 이뤄진 뒤 상가에 세든 상인들이 보증금과 권리금 등을 떼인 피해사례 접수가 1만4천여건에 이른다. 금융기관 대출을 이용할 수 없는 서민들이 막바지 수단으로 연리 300%까지 받는 사채를 쓰고 결국 이자를 갚지 못해 나락으로 떨어지는 일도 끊이지 않고 있는 절박한 실정이다.
임대아파트 건설회사의 파산으로 보증금을 잃고 거리로 내몰리는 입주자도 올해 들어서만 7만여호, 20만여명에 이른다.
전세를 월세로 바꾸는 집주인들이 급증하면서 문제가 됐던 세입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 월세전환 금리를 줄이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나 300만명을 넘어선 신용불량자 양산을 막기 위한 신용정보보호법도 서민 생활과 직결된 법안이다.
실정이 이러한데도 여야 정당과 국회의원들은 국민들의 삶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서민 법안엔 전혀 관심이 없는 것 같아 공분보다는 이젠 절망스럽기까지 하다. 이는 물론 교원 정년 연장 등 몇 가지 쟁점법안을 둘러싸고 여야가 날카롭게 갈라지고 있는 탓이다. 정부의 각종 개혁정책 및 남북관계와 관련된 법안이어서 대립 양상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민생법안은 심사도 안하면서 무슨 ‘서민을 위한 정당’이며 ‘국민 우선 정치’인가. 일년내내 정쟁으로 세월을 보내고 정기국회 막바지에 와서도 중요 서민법안을 심의조차 하지 않는 정치권은 서민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오히려 서민의 가슴에 못을 박는 대죄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곧 여야가 정신을 차리고 추진하면
정기국회회기내 처리가 전혀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라고 본다.
이 나라 정치권이 서민들의 고통을 언제까지 외면하는가를 서민들과 함께 지켜보고자 한다. 정치권이 노리는 그 ‘표 ’는 서민층에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을 아마 모르고들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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