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의 흰쥐 소동

안양시 안양6동 주민들이 흰쥐 노이로제에 시달리고 있다. 인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의 실험용으로 추정되는 흰쥐들이 다세대 주택의 베란다와 안방까지 들어와 돌아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의 흰쥐들이 수의과학검역원의 실험용이라고 믿고 있는 주민들이 병원균의 전염을 우려하며 불안해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만 하다.

더욱이 흰쥐가 처음 발견된 지난해부터 이 마을의 초등학생 2명이 심한 가려움증에 걸려 1년이 넘도록 치료받고 있다니 주민들로서는 흰쥐 공포증에 빠질만도 하겠다. 게다가 흰쥐 출현 이후엔 음식물 등도 마음놓고 밖에 내놓지 못하고 있다니 정말 딱한 일이다. 그런데도 수의과학검역원측은 물론 안양시 등 관계기관이 서로 책임을 미루며 뒷짐만 지고 있으니 비난받아 마땅하다.

주민들은 흰쥐가 돌아다니는 다세대 주택이 수의과학검역원 담장과 불과 6m정도 떨어져 있으며 검역원 담장 곳곳에 쥐가 이동할 수 있는 10cm 가량의 구멍이 나있는 등 흰쥐들이 검역원에서 나온 것이 확실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검역원측은 실헝용 쥐는 무균실로 외부와 차단된 실험동에서 특별관리되고 있어 외부유출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또 실험에 사용된 쥐는 약물 등을 이용해 죽인뒤 검역원내 소각장에서 태운다고 밝혔다.

그러나 흰쥐들이 주택가에 돌아다니는 것이 엄연한 사실일진대 검역원측은 주민들과 쓸모없는 논쟁만 벌일 것이 아니라 우선 안양시와 함께 흰쥐박멸 방안을 강구하고 적극적으로 유출여부 규명에 나서는 것이 옳다. 가축의 각종 백신개발과 인체 전염병의 감염에 관한 연구를 위해 수천마리의 실험용 쥐를 사육 관리하고 있는 검역원으로서는 모든 유출가능성을 상정해 놓고 철저하게 점검해야 한다.

주민들이 잡은 쥐를 잘 살펴 검역원에서 유출된 실험용 쥐인지도 밝혀야 한다. 또 그 쥐들이 병원균에 감염됐는지와 인체에 전염되는지 여부도 역학조사를 통해 밝혀내 주민들의 불안감을 속히 씻어 주어야 할 것이다. 이같은 규명결과를 주민들이 신뢰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선 시민단체가 추천하는 전문가들을 조사에 참여시켜야 한다. 아울러 차제에 현재 자리한 수의과학검역원이 60년전 개청 당시와는 달리 도심으로 변한 만큼 현 위치에서 변두리로 이전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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